[종합] ‘우티’ 출범하자 구글-카카오 동맹이 맞불... 모빌리티 전쟁 막 올랐다

2021-04-01 17:06
우티 CEO에 톰 화이트 우버 한국 총괄
우버 택시-티맵 택시 통합한 신규 브랜드 준비
카카오모빌리티, 구글에 565억원 투자 받아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패권을 두고 국내외 테크 기업들이 동맹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의 티맵모빌리티와 글로벌 차량호출기업 우버의 합작법인이 출범하자, 카카오모빌리티는 구글과 손을 잡았다.

우버와 티맵모빌리티는 1일 합작법인 우티 유한회사(UT LLC)를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우티는 우버가 지분 51%, 티맵모빌리티가 49%를 보유한 법인으로, 톰 화이트 우버 한국 총괄이 우티의 최고경영자(CEO)를 맡는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SK 출신의 오명훈 총괄이 맡는다. 오 CFO는 SK텔레콤, SK홀딩스에서 IR, 글로벌 인수합병(M&A) 등의 업무를 담당한 재무 전문가다.

우티는 올해 중순 우버 택시와 티맵 택시를 통합한 새로운 서비스와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탄력요금제 같은 운임 체계와 안전 기능 등을 적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도 선보인다.

톰 화이트 우티 CEO 내정자는 “우버의 기술력과 글로벌 전문성이 티맵모빌리티의 뛰어난 매핑 서비스로 구성된 네트워크와 결합한다면 우티는 국내에서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와 혁신을 승객과 드라이버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카카오모빌리티는 구글로부터 565억원을 투자받았다고 공시했다. 구글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신주 97만848주(지분율 1.69%)를 인수했다.

두 회사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신규 사업 발굴을 우선 과제로 두고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T 플랫폼과 구글 서비스의 시너지 방안을 찾고, 운영체제(OS) 관련한 통합 논의도 진행한다.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 사물인터넷 부문에서도 포괄적인 협력에 나설 예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월 칼라일그룹으로부터 2억 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 받은 데 이어 이번에 추가로 투자를 유치한 만큼, 신사업 확대와 기술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리더십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구글과 장기적 협력을 통해 글로벌 키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역량 있는 국내 기업들의 혁신 서비스 실현을 돕는 허브 역할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카카오모빌리티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한국 IT 생태계 발전에 더 많은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톰 화이트 우버 한국 총괄 겸 우티 CEO. [사진=우버 제공]
 

우티의 출범으로 한국 대표 ‘이동 플랫폼’이 되기 위한 각사의 패권 다툼이 더 격화될 전망이다. 초기에는 브랜드를 내건 가맹 택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와 KST모빌리티는 1만대 이상의 택시를 보유해 앞서가고 있고, 우버와 쏘카가 그 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이후 펫택시 같은 특정 이용자를 겨냥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대리, 주차 같이 이동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로 경쟁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다.

가맹 택시는 법인, 개인 택시를 가맹점 방식으로 모아 규격화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를 말한다. 카카오T 블루(카카오모빌리티), 우버 택시(우버), 마카롱 택시(KST모빌리티), 타다 라이트(쏘카) 등이 대표적인 서비스로, 가맹 계약을 맺은 택시는 해당 기업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지불한다.

현재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은 카카오모빌리티다. 2019년 9월 300대에 불과하던 카카오T 블루는 1만6000대까지 늘었다. KST모빌리티의 마카롱 택시는 지난해 8월 1만대를 돌파했고, 현재 1만2000여대까지 증가했다.

우버는 지난 1월 우버 택시를 출시, 뒤늦게 가맹 택시 사업에 진출했으나 3개월 만에 가맹 택시 수를 1000대까지 늘릴 정도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쏘카의 타다 라이트도 1000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쏘카는 초기 고객 확보를 위해 서울·성남에서 요금의 15%를, 부산에선 요금의 20%를 할인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가맹 택시 수는 3만539대다. 국내 개인·법인 택시 수가 총 24만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12.7% 수준이다. 아직 확실한 1위 사업자는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모빌리티 기업들은 가맹 택시를 시작으로 펫택시, 여성 전용 택시와 같은 수요자 맞춤형 택시 서비스의 경쟁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빌리티는 최근 나투스핀으로부터 펫택시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플랫폼에 반려동물 전용 이동 서비스인 ‘펫택시’를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 또한 국내에서 펫택시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후에는 차량공유, 단거리 이동수단(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대리운전, 주차 등 국민의 이동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로 전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5대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모빌리티를 낙점하고, 티맵모빌리티를 차세대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우버는 이용자의 이동에 대한 니즈와 목적을 모두 충족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이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도심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모빌리티 플랫폼의 주요 서비스들이 주목받고 있어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사업자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