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에 대한 세무검증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DB김준기문화재단에 이어 최근에는 삼성꿈장학재단, 현대차정몽구재단 등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나선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재계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지난달 초 삼성꿈장학재단과 현대차정몽구재단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는 이달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일반적인 정기세무조사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부 공익법인들이 세법상 혜택을 누리면서도 특정 기업 주식을 과다 보유하거나 계열사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등 법적 의무를 위반한 '불성실'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고 관측했다.

따라서 이번 세무조사는 과거와 달리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은 최근 A그룹 계열사 공동대표 2명이 X재단 이사를 겸임, 성실공익법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실을 적발하고, 5%를 넘는 주식 보유분에 대해 시가 5%에 해당하는 수백억대 가산세를 추징한 바 있다.

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 공익법인 B재단은 사주로부터 출연받은 토지에 신축한 건물을 계열사에 저가로 임대했다. 공익법인은 출연받은 재산이나 그 재산을 기본으로 취득한 재산 등을 정당한 대가 없이 특수관계인에게 사용하게 할 수 없다. 결국, 과세당국은 B재단에 대해 임대료 차액에 해당하는 증여세 수십억원을 부과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국세청은 삼성꿈장학재단과 현대차정몽구재단 등에 대해서도 법적 의무 위반 여부를 집중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꿈장학재단은 고 이건희 회장의 사재 출연을 계기로 지난 2006년 설립된 국내 최대 민간 장학재단이고,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주식 등 약 85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만들었다.

현재 삼성꿈장학재단은 삼성SDS의 지분 3.9%을 보유 중이고, 정몽구 재단은 글로비스의 지분 4.46%와 이노션 지분 9%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개별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지만, 사회공헌 목적으로 설립된 주요 대기업 공익재단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세청은 대기업이 계열 공익법인을 편법 상속·증여에 활용하거나 출연 재산을 변칙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세법상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