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의 몽타주] “9급까지 확대해서 될 일?” 與 투기 행태 취재기

2021-03-30 13:30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

“최우선적으로 공직사회의 부동산 부패부터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재산등록제도를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여, 최초 임명 이후의 재산 변동 사항과 재산 형성 과정을 상시적으로 점검받는 시스템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 문재인 대통령, 29일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 모두발언

“모든 공직자는 재산등록을 하도록 추가 입법하겠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28일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직자 부패 방지 차원에서 재산등록 대상을 전체 공직자로 확대할 예정이다.” -정세균 국무총리, 28일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사건이 전방위로 일파만파하자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 고위 인사들이 재산등록 대상 범위를 9급까지 전 공직자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선출직 공무원과 4급 이상의 일반직 공무원이 재산을 등록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9급 공무원까지 전 공무원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중 1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경우 재산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당정은 재산공개 대상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들 공무원들은 매년 말일까지의 재산 변동 사항을 다음 해 2월 말까지 신고한다. 등록된 재산은 3월 말쯤 공개된다.

최근 LH발 투기 사건 이후 연이어 나오는 언론보도들은 대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를 분석해 나온 것이다.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전세 보증금 14.1% 올려 경질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관련한 보도나 민주당 의원들의 개발 호재 지역 투기 의혹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2.

LH 투기 의혹이 불거진 3월 초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고한 정기재산변동신고 공개목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국회의원들 가운데서도 개발 호재 지역에 투기를 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에서였다. 2021년 정기재산변동신고가 공개되지 않은 터라 2020년에 등록을 한 초선 의원들이 주로 대상이었다.

분량은 방대했다. 약 800여페이지 분량이었다. 엑셀이 아닌 전자문서(PDF) 형태라 색인이 쉽지 않았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먼저 찾을 재산을 토지에 한정했다. 의원들이 재산 신고하며 등록한 토지 필지는 약 1800여건, 재산공개에는 주소지만 나오기 때문에 이걸로는 투기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떼는데 1필지당 700원, 모두 떼려면 126만원이 든다. 등기부 확인에 들 시간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대상을 더 좁혔다. 토지 주소지를 경기도로 한정한 뒤 의심되는 토지의 등기를 확인했다. 오래 전 구매하거나 상속인 경우가 많았다. 범위를 더 좁혀야 했다. 재산 명세를 살피다보니 이상한 토지들이 눈에 띄었다. 필지가 8000여㎡인데 이중 일부만 소유하고 있는 경우였다. 80분의 1, 50분의 1 이런 식으로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눈에 띄었고, ‘쪼개기’ 매입이란 용어가 떠올랐다.

해당 필지들의 등기를 떼봤다. 적중했다. 농업법인 XX, 주식회사 XX 등의 이름을 가진 회사가 땅을 먼저 산 뒤 불특정 다수에게 이를 ‘쪼개서’ 파는 행태가 포착됐다. 관련해서 추가 취재를 해보니 투기를 목적으로 한 ‘기획부동산’ 업체의 일반적 양태였다. 특히 농업법인이 농지를 취득해 이를 매각하는 형태의 편법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한 의원의 배우자는 주소지가 전남 해남인데 경기 평택의 농지를 ‘일부’ 보유하고 있었다. 좋게 말하면 ‘투자’ 나쁘게 말하면 ‘투기’가 분명해 보였다. 해당 의원은 국회 농해수위 소속이었다.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고 이후 이런 보도들이 뒤따랐다.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많은 고위공직자들에게서 이런 방식의 투자(라 쓰고 투기라 읽는다)가 확인됐다.

3.

지난 25일 2021년 정기재산변동신고가 공개됐다. 모든 언론이 뛰어들었다. 전자문서를 일일이 타이핑해 엑셀로 전환한 뒤, 이를 토대로 기사를 생산했다. 재산액 평균, 재산 상위·재산하위 10걸 등 다양한 기사가 나왔다. 여느 재산신고 때와 달랐던 건 의원들의 다주택 보유 현황이 많이 다뤄졌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모든 의원들을 대상으로 다주택을 매각하겠다고 서약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기자도 다주택을 정리하지 않은 몇몇 의원들을 정리해 기사화했다. 한 의원에게서 항의전화가 왔다. 오피스텔과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어 다주택자로 분류했는데, 자기가 소유한 오피스텔은 비주거용 상가라는 해명이었다. 납득은 가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재산등록을 할 때 토지는 주소지를 모두 기입하게 돼 있지만, 건물은 그렇지 않다. XX시 YY구 ZZ동 건물, 이렇게만 등재돼 있다. 등기를 확인할 수 없는 셈이다.

재산등록엔 이런 허점들이 많다.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검증한다고는 하지만, 이후 다음 정기재산변동 신고 때 잘못 입력된 주소지를 정정한다거나, 면적을 고친다거나, 가액을 수정하는 일이 빈번하다. 신고된 재산액을 기준으로 기사를 썼는데, 잘못 기재했다고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전화도 받아봤다. 현행 제도조차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셈이다.

2021년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대상은 1885명이다. 당정이 추진하는 모든 공무원 재산등록이 현실화 될 경우 재산등록을 해야 하는 대상은 약 130만명 내외로 추산된다. 제대로 된 관리가 가능할까? 회의적이다.

앞서 언급한 국회의원들과 고위공무원들은 재산등록 대상자임에도 투기를 했다. 양적으로 재산등록 대상자만 늘린다고 해서 투기가 근절되진 않을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다. 재산등록 대상자를 확대할 게 아니라, 등록되고 공개된 재산을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는 ‘형식’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세줄 요약 : 고위공직자재산등록 색인·분류 가능하게 데이터베이스화 해서 공개해주세요. 일일이 치기 힘듭니다. 등기 떼볼 수 있게 건물 주소지도 명시해주시고요. 부동산 투기 근절, 더 확실히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