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자의 투덜투덜] '정직하면 바보' 공정함에 목마른 사회
2021-03-29 16:31
정직한 사람이 조롱받지 않는 사회 만들어야
"정직하지 않아도 돼, 기업은 편법을 써서라도 수익을 내는 게 목표야."
2018년 연말 여의도의 한 작은 자산운용사에서 면접을 보며 들은 이야기다. 당시 기자는 자기소개서에 '정직함'을 가장 큰 장점으로 적었었다.
사실 전략적으로 넣은 장점이었다. 2018년 4월 터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건 이후 금융계에서는 정직함을 좀 더 요구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면접관의 심기를 건드린 듯했다. 마지막 면접자였던 기자에게 면접관은 잠시 남으라고 한 뒤 "기업은 '더러운 부분'도 있다"며 "이런 마인드면 기업들이 싫어할 거야"라는 조언을 했다.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불법 투기 논란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업 관계자들을 취재하다 보면 "다들 이럴 거라는 '의심'은 해왔잖아. 이제야 밝혀진 거지"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의심이 사실로 바뀌며 LH 사태는 우리사회 공정함의 결여를 증명하는 '실체적 증거'가 됐다. 게다가 '꼬우면 우리회사(LH)로 오라'거나 '돈 많이 벌었으니 잘려도 이득이다'는 등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을 조롱하는 글은 국민의 분노도 일으켰다.
사실에는 반박할 말이 없다. '정직하면 바보'라는 조롱을 그대로 들어야만하는 사회는 너무나 불합리하다. 국민들은 공정함에 목말라있고 사회는 이 갈증을 해결해줄 의무가 있다. 29일 정부는 부동산 투기근절·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으로 정직한 사람이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자리잡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