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시장 부활] ① 델·HPE, 4분기 세계 서버시장 선두…중국 인스퍼 3위 도약

2021-03-25 08:00
"2020년 4분기 물량 전년비 줄었지만 매출 늘어"
258억달러, 전년비 1.5%↑…저가·중형 매출 증가
전년동기 3위였던 미국 IBM, 인스퍼에 밀려 4위
중국 화웨이·레노버가 공동 5위…중국 시장 활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침체에 빠졌던 세계 서버 시장이 살아났다. 저가 서버를 대량구매해 쓰는 극소수의 대규모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운영기업이 업계의 '큰손' 역할을 하면서 위축됐던 중급·고성능 서버 수요가 다시 증가하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 기업 델테크놀로지스와 HPE가 서버판매 실적을 늘리며 선두 자리를 지킨 가운데, 중국 신흥강자 인스퍼가 3위로 치고 나와 눈길을 끈다.

IT시장조사기업 IDC의 2020년 4분기 세계 서버시장 조사 결과, 이 기간의 서버시장 매출규모는 258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세계 시장에 판매된 서버 물량이 330만대로 전년동기 대비 3.0% 감소했는데도 금액 측면에선 성장한 결과다. 저가 서버(Volume server) 매출이 3.7% 증가한 204억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중급 서버(midrange server) 매출도 8.4% 증가해 33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고성능 서버(high-end server) 매출은 21.8% 감소해 21억달러에 그쳤다.

IDC 조사에서 HPE와 델테크놀로지스가 종전과 마찬가지로 서버시장 선두권을 차지했다. 둘의 차이는 오차범위 내에 있어 공동 1위로 표기됐다. 중국의 서버 제조사 인스퍼가 이들을 추격해 3위를 기록했다. 전년동기 3위였던 미국 IBM을 제치고 올라선 것이다. IBM은 인스퍼에 밀려 4위로 주저앉았고, 이어 중국의 화웨이와 레노버가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작년 3분기까지 분기별 서버 시장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제조사별 매출과 물량을 함께 공개했던 IDC가 4분기 자료 발표부터는 서버 제조사별 세부 수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IDC의 유료 조사 보고서를 열람하지 않을 경우 구체적인 서버 제조사별 매출·출하량 실적을 알 수 없게 됐다.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전산시스템·데이터센터 분야 전문매체 더넥스트플랫폼은 IDC 자료에서 공개되지 않은 제조사별 실적을 직접 추정했다. IDC에서 공개한 제조사별 점유율 막대그래프 이미지를 바탕으로, 각 제조사가 서버 사업으로 거둔 매출의 해당 분기 점유율 근사값을 구한 다음, 점유율 근사값을 IDC가 밝힌 세계 시장 매출규모에 대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더넥스트플랫폼의 추정에 따르면 HPE의 작년 4분기 서버 매출은 대략 40억9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델테크놀로지스는 전년동기 대비 1% 감소해 40억달러에는 못미치지만 거의 근접했다. 인스퍼는 25% 증가한 21억7000만달러로 급성장세를 보였다.

4위로 밀려난 IBM은 20.7% 감소해 18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공동 5위 중 하나인 화웨이는 17.6% 증가한 15억4000만달러, 또다른 5위 레노버는 1.4% 증가한 14억5000만달러다. 순위 밖이지만 나름대로 서버 사업에 공을 들여 온 시스코시스템즈의 경우 8.1% 감소한 9억1000만달러를 거뒀을 것으로 추정됐다.

여전히 제조사설계생산 물량(ODM Direct) 서버가 어떤 단일 서버 제조사보다도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 매출은 65억5000만달러로 추정됐다.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페이스북같은 글로벌 온라인서비스 운영사들이 브랜드서버 업체의 기성품을 사지 않고 서버제조공장에 직접 대량생산 주문을 넣어 구매하는 서버 모델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각 제조사별 매출은 대부분 전년동기 대비 역동적으로 바뀌었는데, ODM물량의 변화율은 전년동기 대비 1% 미만의 증가율을 나타내 사실상 현상유지에 가까웠다. 이는 상대적으로 활발했던 글로벌 온라인서비스 업체의 투자가 종전 수준을 유지하는 동안 작년 4분기 주요 서버 제조사들의 일반 기업용 데이터센터 투자가 활발히 일어났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사실 전반적인 세계 서버 수요는 중국에 쏠려 있다. 폴 마구라니스 IDC 인프라스트럭처 플랫폼·기술 담당 수석리서치애널리스트는 "작년 4분기 기업용 서버 시장의 수요는 급격한 수요 증가를 나타낸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이했다"며 "지역별로 볼 때 중국의 서버 매출은 전년대비 22.7% 증가했고, 중국을 뺀 나머지 지역에선 4.2%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랙 최적화 서버는 10.3% 증가할동안 블레이드시스템은 18.1% 줄어, 감소세를 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x86서버 중 인텔이 아닌 AMD CPU 서버 출하량은 100.9% 증가해 두배가 됐고, ARM서버 출하량은 345% 증가해 약 4.5배가 됐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해당 유형의 기존 서버 물량이 워낙 적었기 때문에 증가율이 큰 것 뿐이다. 더넥스트플랫폼에 따르면 x86기반 서버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9% 증가한 231억달러, x86기반 이외의 서버매출은 9% 감소한 28억달러였다.

하지만 서버 시장 활황이 중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주요기업이 서버시장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김경진 한국델테크놀로지스 총괄사장은 지난주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델의 신형 서버 모델 17종을 대거 공개하며 서버산업이 부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IDC 자료 기준 국내 시장에서 델테크놀로지스가 하반기 연속 1위 점유율을 차지했고, 작년 한 해 국내 시장에서 서버가 매일 1000대가량 판매되는 등 수요가 커졌다고 언급했다.
 

2020년 4분기 세계 서버시장 제조사별 매출 비중. [사진=ID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