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코로나19로 폭증" 美 이민자가 지적한 아시아계 증오 범죄
2021-03-22 17:07
애틀랜타 총격으로 아시아계 여성 6명 숨져... 10년 차 美 이민자 "아시아계 겨냥 공격 급증"
3292건의 아시아계 증오 범죄 신고 "범죄 대항 위해 더 큰 목소리 내야"
3292건의 아시아계 증오 범죄 신고 "범죄 대항 위해 더 큰 목소리 내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연쇄 총격 사건으로 8명이 숨진 가운데, 이 중 6명이 아시아계 여성으로 밝혀지면서 미국 내 한인을 비롯해 아시아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총격 사건을 두고 특정 인종을 겨냥한 증오 범죄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미 수사당국은 용의자의 '성(性) 중독'을 범행 이유로 내세워 증오 범죄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내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에 이민 온 지 10년째라고 밝힌 누리꾼 A씨는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증오 범죄'로 정의하며, 아시아계가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A씨는 "미국 이민 역사는 올해로 118년을 맞이했지만, 아시아계는 여전히 타자화의 대상이자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최근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가 급증하는 원인으로 '코로나19'를 꼽았다. 그는 "안타깝게도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폭증했다. 내가 사는 일리노이에서만 최근 100건이 발생했으며, 접수되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따라서 애틀랜타 총격 사건은 작년에 폭증한 증오 범죄 연장선에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인권단체들의 혐오 범죄 신고 사이트 '스톱 AAPI 헤이트'(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발생한 혐오범죄는 503건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이 본격화된 작년 3월부터 약 9개월 동안에는 무려 3292건의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신고된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11건의 증오 범죄가 일어난 셈이다.
증오 범죄 피해자 인종으로는 중국계(42.2%)가 가장 많았으며, 한국계(14.8%)는 두번째로 많았다. 사건 유형은 '욕설과 언어희롱'이 68.1%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계를 피하거나 꺼리는 행동을 보인 경우는 20.5%, 폭행 11.0%, '침을 뱉거나 기침을 했다'라는 경우는 7.2%였다. AAPI는 보고서에 "신고된 증오 범죄는 실제 발생한 사건의 극히 일부다. 아시아계가 어떤 차별을 받는지, 차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 공동설립자 러셀 정 샌프란시스코주립대 교수는 "(아시아계) 증오 범죄 사건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탓으로 놔둘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서도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경찰청(NYPD)의 아시아계 증오 범죄 태스크포스에 따르면, 작년 NYPD가 조사한 모든 증오 범죄 사건 중 아시아계 대상 공격은 무려 10%를 차지했다. 특히 아시아계와 관련된 사건은 모두 28건으로, 전년도 대비 9배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뉴욕 아시안 아메리칸 변호사 협회 이사인 크리스 쿽은 "NYPD가 18건의 증오 범죄를 체포했으나 아직 기소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증오 범죄 기소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을 꼬집었다.
A씨는 "지난 118년 동안 한인과 아시아계는 참고 견디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계기로 아시아계가 큰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이민 온 지 10년째라고 밝힌 누리꾼 A씨는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증오 범죄'로 정의하며, 아시아계가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A씨는 "미국 이민 역사는 올해로 118년을 맞이했지만, 아시아계는 여전히 타자화의 대상이자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최근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가 급증하는 원인으로 '코로나19'를 꼽았다. 그는 "안타깝게도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폭증했다. 내가 사는 일리노이에서만 최근 100건이 발생했으며, 접수되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따라서 애틀랜타 총격 사건은 작년에 폭증한 증오 범죄 연장선에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인권단체들의 혐오 범죄 신고 사이트 '스톱 AAPI 헤이트'(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발생한 혐오범죄는 503건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이 본격화된 작년 3월부터 약 9개월 동안에는 무려 3292건의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신고된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11건의 증오 범죄가 일어난 셈이다.
증오 범죄 피해자 인종으로는 중국계(42.2%)가 가장 많았으며, 한국계(14.8%)는 두번째로 많았다. 사건 유형은 '욕설과 언어희롱'이 68.1%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계를 피하거나 꺼리는 행동을 보인 경우는 20.5%, 폭행 11.0%, '침을 뱉거나 기침을 했다'라는 경우는 7.2%였다. AAPI는 보고서에 "신고된 증오 범죄는 실제 발생한 사건의 극히 일부다. 아시아계가 어떤 차별을 받는지, 차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 공동설립자 러셀 정 샌프란시스코주립대 교수는 "(아시아계) 증오 범죄 사건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탓으로 놔둘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서도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경찰청(NYPD)의 아시아계 증오 범죄 태스크포스에 따르면, 작년 NYPD가 조사한 모든 증오 범죄 사건 중 아시아계 대상 공격은 무려 10%를 차지했다. 특히 아시아계와 관련된 사건은 모두 28건으로, 전년도 대비 9배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뉴욕 아시안 아메리칸 변호사 협회 이사인 크리스 쿽은 "NYPD가 18건의 증오 범죄를 체포했으나 아직 기소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증오 범죄 기소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을 꼬집었다.
A씨는 "지난 118년 동안 한인과 아시아계는 참고 견디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계기로 아시아계가 큰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길거리로, 온라인으로···점점 커지는 #StopAsianHate 물결
A씨 바람대로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아시아계 증오 범죄 규탄에 방아쇠를 당기는 모양새다. 한국계 스타들을 비롯해 온라인에서도 아시아계 증오 범죄 근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골든글로브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수상 경력의 샌드라 오는 '아시안 증오 멈춰라'(Stop Asian Hate) 집회에서 직접 확성기를 들었다. 그는 20일(현지시간) 펜셀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집회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과 분노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나는 아시아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아시아계 단결과 연대를 촉구했다.
할리우드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한국계 배우 대니얼 대 김도 CNN에 자신의 여동생이 지난 2015년에 증오 범죄 피해를 봤다는 가족사를 털어놓으면서 증오 범죄 근절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여동생이 집 근처에서 달리기하던 중이었는데 한 남자가 차를 몰고 오더니, 갓길 말고 인도로 가라고 소리쳤다. 그 남성은 동생이 인도로 갔는데도 차를 후진 시켜 동생을 치어 쓰러뜨렸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수사 경찰이 해당 사건을 증오범죄로 다루지 않았다며 "가해자는 다른 아시아 여성에 대한 폭행 전력이 있음에도 경찰이 난폭운전 혐의만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 애틀랜타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계 미국인 가수 에릭남도 증오범죄 사태에 한목소리를 냈다. 에릭남은 19일 타임지에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아시안 혐오 범죄에 놀랐다면, 당신이 듣지 않았던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라는 제목의 기고를 실었다. 그는 "검찰과 경찰이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로 규정할지를 여전히 토론하는 동안 나를 포함한 수백만명의 아시아·태평양계 사람들은 버려진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용의자의 '성 중독'을 범행 원인으로 꼽은 데 대해 "애틀랜타 총기 난사에 인종적 동기가 없다고 가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순진하고, 그 자체로 인종차별적이다. 왜 우리 공동체의 여성들을 당신들의 성 중독 해소 대상이자 희생자로 표현하나. 어떻게 감히"라고 쓴소리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추라는 해시태그 운동(StopAsianHate)이 활발하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연쇄 총격으로 한국인 4명 등 8명이 숨진 지 6일 만인 22일 인스타그램에는 #StopAsianHate(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가 달린 게시물이 20만건을 훌쩍 넘었다.
전문가들 "증오범죄 대항하기 위해 더 큰 목소리 내야"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꾸준히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API 활동가인 헬렌 지아는 아시아계에 대한 인식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미디어는) 아시아계 사람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인간 이하, 동물 혹은 침입자쯤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라이즈(RISE) 설립자인 어맨다 응우옌은 미국 공영방송 PBS에 "미국 내 아시아계의 존엄성을 위해서는 더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야 한다. 침묵은 곧 폭력이다. 또 반(反)아시아 증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 집단 내 사람들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면, 해당 집단에 대한 폭력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그는 "(아시아계 증오범죄) 문제 해결에 가장 강력한 도구는 목소리"라며 증오범죄 규탄에 목소리를 보태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