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의 몰락] '정유' 지고 '석유화학' 뜬다...정유사 에틸렌에 집중

2021-03-18 08:00

정유산업이 쇠퇴의 길에 들어섰다고 판단한 국내 정유사들은 석유화학분야 투자를 늘리며 관련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이동수단에 사용되는 정유제품의 수요는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정유제품 수요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선박들 마저 최근 LNG(액화천연가스) 추진선으로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BP는 지난해 말 하루 14만6000배럴의 정유제품을 생산하는 호주 내 최대 정제설비를 2021년 중순 폐쇄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엑손모빌도 하루 9만 배럴 규모를 생산하는 호주 내 정제설비를 폐쇄할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BP의 경우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연례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이후에는 석유 수요가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글로절 정유사들의 공통된 전망으로,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GS칼텍스)는 올해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정유 4사 중 지난해 4분기 유일하게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에쓰오일이다. 정유부분에서 적자가 발생했지만 석유화학부문이 727억원의 이익을 내며 영업이익 흑자 달성에 성공할 수 있다. 

에쓰오일은 5조원을 투자한 석유화학 복합시설이 석유화학 부문 흑자의 배경이다. 해당 시설은 2018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연간 82만톤(t)의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올해는 7조원을 투입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울산에 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 비중을 생산물량 기준 현재 12%에서 2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합작법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중질유 석유화학시설 프로젝트(HPC) 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하반기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75만t의 에틸렌이 생산된다. 이를 기반으로 폴리에틸렌 75만t, 폴리프로필렌 40만t을 생산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올레핀 생산시설(MFC)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하반기에는 연간 70만t의 에틸렌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사업 비중이 정유사업을 추월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진=에쓰오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