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트럼프 시대] K-배터리·철강 '위기'… 석유화학·건설기계는 '기회'

2024-11-07 16:21
IRA 보조금 폐기되나...K-배터리, 긴장에 '벌벌'

활짝 웃는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국내 배터리·철강·석유화학 업계가 미국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후 정책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 축소 가능성에 따라 배터리·철강 업계는 위기감을, 석유화학·건설기계 업계는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현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대응 전략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에 긴장하는 'K-배터리'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현재 미국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정책을 "Green New Scam"이라 비판하며, 재생에너지 예산을 인프라 프로젝트에 재배치할 것을 주장해왔다. IRA의 혜택 축소 가능성도 언급되면서, 배터리 산업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게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등 미국에 공장을 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IRA의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는 수익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는 AMPC를 통해 약 1조2939억원을 확보했으며, 이는 총 영업이익의 40.2%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올해 3분기에도 각각 4483억원, 608억원의 AMPC 혜택을 받았으나, 두 기업 모두 보조금을 제외하면 적자 상태다. 삼성SDI는 북미 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었지만 내년부터 AMPC 수익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IRA의 전면 수정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현재 미국 의회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상황으로, 입법부와 행정부 모두를 공화당이 지배하게 되면 IRA 폐기까지도 검토될 수 있다"며 "대규모 수정이 예상되는 만큼 한국 입장에서는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에 대한 지원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K-철강 '트라우마' 재발 우려

국내 철강 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어려움 속에서 대미 수출 물량 제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집권 당시 2018년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 철강재에 25%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은 철강 관세 대신 수출 쿼터 대상국으로 지정돼 있으며, 연 평균 수출량의 70%인 268만톤의 철강만 수출할 수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관세’와 상대국과 동일한 수입관세율을 부과하는 ‘상호무역법’ 도입을 통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전세계 무역수지 균형을 추구할 것”이라며 “동맹, 비동맹 구분 없이 對美 무역흑자국에 대한 압박 및 무역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특별시장상황(PMS)'에 따른 반덤핑 관세 강화도 우려된다. PMS는 미국이 수출품의 제조원가를 신뢰하지 않을 경우 자의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로, 2017년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해 최종 판정으로 관세율이 높아졌다. 업계는 새로운 정부가 PMS 규정을 명확히 하면서 반덤핑 고율 관세 부과를 강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석유화학·건설기계, 전후 복구 기대감↑

반면, 국내 석유화학과 건설기계 산업은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 덕분에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 업계의 경우, 환경 규제 완화 정책으로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미국 수출이 늘어나거나, 친환경 제품 전환 측면에서 시장 선점 기회가 생길 전망이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1년 특정 화학물질과 유해물질을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업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슈퍼펀드세’ 복원에 서명했으며, 2035년까지 연방정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러한 규제를 폐기하겠다고 밝혀, 그의 집권 시 석유화학 제품 수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북미 수출 물량은 2023년 연간 약 300만톤”이라며 “절대량은 많지 않지만, 증가 추세에 있으며 미국 수요가 개선되면 추가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건설기계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료에 따른 수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 조기 종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HD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전후) 복구 수요가 기존의 3배에 이를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복구 사업 수요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