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금융 결산③] 오락가락 흔들린 금융정책···대출시장은 혼비백산
2024-12-31 06:10
은행들, 내년 대출 창구 열지만 관리 기조 계속
대출 폭증 원인, 금융정책의 혼선 지적 잇따라
DSR 2단계 돌연 연기 등 갈피 못 잡고 흔들려
가계부채 사상 첫 1900조···"실패 반복 말아야"
대출 폭증 원인, 금융정책의 혼선 지적 잇따라
DSR 2단계 돌연 연기 등 갈피 못 잡고 흔들려
가계부채 사상 첫 1900조···"실패 반복 말아야"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은행들이 대출 창구 문을 여는 가운데 은행들은 영업 재개를 반기면서도 일부 대출 규제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조치가 당국의 대출 관리 기조에 밉보이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결국 올해 가계부채 급증이 일관성 없이 쏟아진 금융정책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돌연 2개월 연기하기로 한 이후부터 시장 혼란이 급속히 확대됐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수요자의 한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하는 것인데, 돌연 시행 시기를 늦춘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소상공인 채무자 부담 완화 조치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 규제를 미뤘다고 해명했으나, 시장 내 수요는 곧장 폭발했다. 규제가 2개월 밀렸다는 소식에 대출 막차를 타기 위한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쏟아졌고, 직후인 8월 한 달 새 가계대출은 9조7000억원이 늘었다. 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정책대출 확대 역시 가계부채 급등의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정부는 대출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도 '보금자리론', '디딤돌 대출' 등 정책성 대출을 크게 확대했다. 더욱이 최저금리가 연 1% 수준인 '신생아 특례대출'이 올해 출시되면서 대출 확대에 일조했다. 금융권에서는 '감기 걸린 환자의 열을 내려야 한다면서도 이불을 덮어준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에 놀란 금융당국은 곧장 은행들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은행권은 한 달 새 20번에 가까운 금리를 인상했다. 이후 금리 인하에도 금리가 높아진다는 비판이 일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대출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더욱 강도 높게 은행 금리 결정에 개입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에 은행들은 각기 다른 우회 대출 규제 조치를 쏟아냈고, 금융소비자들은 까다로운 조건들을 하나하나 뜯어봐야 했다.
이렇듯 일관성 없는 대출 규제가 반복되면서 시장 내 혼란은 극에 달했으며, 금융권의 건전성 위기는 더욱 확대됐다. 그러는 사이 가계부채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1900조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에도 대출 규제를 지속하겠으나 연초 관리에 실패하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라면서 "일관된 정책 기조 속에 시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