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부는 유튜브 바람

2021-03-15 16:54

아주경제 증권부 이경호 기자[사진 = 이경호 기자]

바야흐로 유튜브 전성시대다. 국내 증권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주식을 배우는 이른바 `주린이(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말로 주식투자 초보자를 뜻하는 신조어)’들이 많아지면서 각 증권사들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각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유튜브 카메라 앞에 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애널리스트들이 방송에 출연해 다양한 종목과 산업, 시황에 대해 자신들이 분석한 리포트 내용을 직접 소개하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다만 이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 같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기회로 이용하려는 애널리스트들도 분명 있다. 이런 성향을 가진 애널리스트들은 소속 증권사 유튜브 방송은 물론이고 외부 언론사나 뉴 미디어들의 유튜브 채널에도 적극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일부 인기 유튜브 방송에는 출연을 원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줄을 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증권사를 떠나 전업 유튜버로 진출하는 케이스도 있다.

반면 그렇지 않아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낯선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못 마땅한 애널리스트들도 적지 않다. 가뜩이나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주 업무인 기업 분석과 보고서 작성보다 유튜브 방송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때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고액 연봉과 인센티브로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다른 먹거리를 찾기 시작하면서, 또 젊은 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과 여가생활의 균형에 어긋나는 대표적인 일자리로 여겨지면서, 기업 분석 서비스를 담당하는 리서치 센터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증권사들이 리서치 비용 축소에 나서면서 애널리스트 인력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전 세계적으로 거세게 불어오는 `유튜브’라는 바람은 과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는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역풍’ 일까, 아니면 새로운 기회로 안내해 주는 `훈풍’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