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2·4 대책 강도 높다 …서울 '30만' 공급 따져봐야"

2021-03-02 14:42
환매조건부,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판 바꿔야
공공재건축·재개발 인센티브 과도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에 주택이 얼마나 부족한지 먼저 따져보고 주택공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택 가격과 전월세 가격 상승 등 주거비 부담을 어떻게 할지를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요?”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도시연구소에서 만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당장 거주할 집이 없어서가 아니라 부담 가능한 괜찮은 집이 없는 게 문제다”며 “로또 아파트가 아닌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 혹은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나누는 방식으로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현재 주택 공급에만 치우쳐 있는 부동산 대책의 “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환매조건부 주택을 주목했다. 그는 “지금의 로또분양은 수분양자가 모든 이익을 가져간다. 3억원에 분양한 아파트가 10억원이 되면 분양을 받은 사람이 이익을 다 갖는다. 사회와 개인이 이를 나누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매조건부,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판 바꿔야

정부는 지난달 서울 30만 가구, 전국 80만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의 2.4대책을 발표했다. 최 소장은 이와 관련해 “(이전 대책들과) 방향은 같으나 속도나 강도가 다르다”고 평했다. “서울 주택 보급률이 100이 안 되는 점을 고려하면 16만 가구 공급이 적절할 듯싶다. 주택공급이 지상과제가 돼 버려, 균형발전, 교통체증 등 다른 이슈들은 묻혔다. 집값 상승에 대한 심리를 잡기 위한 정부의 판단이겠지만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전역으로 인구를 펌프질하다가 다시 서울로 끌어들이면 당장 경기도는 어떻게 되겠냐”며 “분당신도시의 세 배에 달하는 30만 가구가 서울에 공급되면 지방부터 서울까지 주택시장이 괴멸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는 길게 보고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데 당장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극약처방을 내놨다”며 “집으로 이익을 많이 얻는 판을 바꿔야 한다.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 주택을 시범 사업만 하고 말 것이 아니라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수준으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에서 나타난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는 ‘정부 정책 지연’을 꼽았다. “박근혜 정부는 정부 출범과 함께 공급 축소를 내걸었다. 주택 수요는 늘리면서 공급은 줄인 것이다”며 “정책이 작동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신도시도 지금이 아닌 한참 후에 그 효과가 나타난다. 정책을 펴는 시점과 효과를 보는 시점이 상당히 다르다”고 말했다.
 
공공재건축·재개발 인센티브 과도

정부는 공공재건축·재개발과 함께 공공 주도 정비사업을 통해 서울에 주택을 공급할 계획으로, ‘민간’이 아닌 ‘공공’을 택하도록 인센티브를 줘 이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예로 공공재건축은 용적률을 300~500%까지 허용하고, 늘어난 용적률의 40~70%를 기부채납하도록 했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도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주민 동의율을 3분의2(약67%)로 낮췄다.

최 소장은 이러한 인센티브에 대해 “기존 용적률 250%를 500%까지 높여서 이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조합원에게 준다는 것인데 이는 너무 과도하다”며 “이익의 30%를 조합원에, 20%를 청산대상이어야 하는 소규모 필지 조합원에게 준다. 그다음이 생활 SOC 등으로 공공임대는 15% 뿐이다. 공공임대주택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이 가질 몫과 개인이 가질 몫을 나눌 때 개인에 너무 많이 줘서는 안 된다. 이를 어떻게 할 것지 사회적으로 토론해야한다”고 말했다

동의율과 관련해서도 향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고 걱정했다. 그는 “재건축 동의율이 75%여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공공이 주도하더라도 동의율을 3분의 2로 낮추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우린 이미 용산참사에서 전면철거 방식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지 않았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