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윤여정·스티븐 연·한예리 '미나리'는 어떻게 세계를 사로잡았나
2021-02-26 14:45
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쓴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가 3월 3일 국내 상륙한다. 1980년대 희망을 찾아 미국 이민을 선택한 어느 한국 가족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해 많은 관객에게 공감을 얻었다.
영화는 제36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및 관객상 수상을 기점으로 미국 영화협회 시상식을 싹쓸이하며 미국배우조합상(SAG)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 74관왕 157개 노미네이트를 기록했다.
미국 매체들은 "올해 최고의 영화"(DBR), "'기생충'을 이을 오스카에서 주목할 작품"(Deadline Hollywood Daily), "이 영화는 기적이다"(The Wrap), "국경을 초월한 최고의 영화"(Vague Visages), "세상의 아름다움이 담긴 작품"(Boston Hassle)이라며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손꼽고 있다.
정이삭 감독은 "캘리포니아에서 인사드린다"라며, "개인적인 영화기도 한데 뜨거운 반응에 감사하고, 영화 만들 때 한국 생각을 많이 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개인적인 영화"라는 '미나리'는 어떻게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뒤흔들었을까?
또 정이삭 감독은 영화를 만들며 가족 그리고 한국을 많이 떠올렸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인천 송도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사무실 밖을 보면 갯벌이 보였다. 조개 캐는 모습을 보면 주로 나이 있는 여성분들이더라. 그러면서 할머니가 더 많이 생각났다. 조모께서는 한국전쟁 때 할아버지를 잃고 과부로 살면서 어머니를 홀로 키우셨다. 생계를 위해 갯벌에 나가 조개를 캐셨다. 할머니가 안 계셨다면 내가 여기 와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항상 할머니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라며 울컥했다.
정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며 배우들 덕에 좋은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쳐줬고 스토리 안에 들어와서 배역에 임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매력으로 너무나 잘 소화해줬고 인간애가 묻어 나는 연기를 표현해줬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이삭 감독의 말처럼 영화 '미나리'의 모든 배우가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고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도 호평 세례를 받아왔다.
병아리 감별사로 10년을 일하다 자기 농장을 만들기 위해 아칸소의 시골 마을로 이사 온 아버지 제이콥 역을 맡은 스티븐 연은 "영화를 위해 정말 모두가 헌신했다"라며, 모든 출연진과 스태프가 영화를 사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의 시나리오가 너무 훌륭했기 때문에 돋보이게 하기 위해 열심히 했다. 같이 출연했던 배우들이 합심해서 위대한 것을 같이 만들어나간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라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스티븐 연은 영화 '미나리'를 통해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1세대, 2세대 간에는 미묘한 세대 차이가 있다. 저도 아버지와 문화, 언어의 장벽이 존재했기에 추상적으로 아버지를 바라봤었다. 그런데 '미나리'를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고, 사람 자체에 대해 알게 됐다. 제이콥의 롤모델로 삼지는 않았지만 궁극적으로 배역을 소화해 나가면서 '아, 내가 내 아버지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틀에 박힌 아저씨의 모습을 연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제이콥 자체 그대로가 되어 연기하고 싶었다. 이해하는게 쉽지 않았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스티븐 연은 주연 배우이기도 했지만, 제작자로서도 활약했다.
그는 "'미나리' 내용 자체가 신선하다고 느꼈다. 미국에서 한국계 배우로서 소수 인종을 다루는 스크립트를 많이 받는데 주로 관객에게 그 인종의 문화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관객들이 백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이삭 감독님의 '미나리' 같은 경우 정말 가족에 대한 표현, 매우 한국적인 스토리의 영화라고 생각했다. 제가 공감하는 주제를 다루기도 했고 워낙 훌륭한 시나리오였다. 저희 작품이 미국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작품인 만큼 그 의도가 잘 반영되기 위해 제작자로서 참여했고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배우 한예리는 낯선 미국에서 가족을 이끌며 다독여주는 엄마 모니카 역할을 연기했다.
한예리는 실제 배우들끼리도 가족처럼 지냈고 그 영향이 영화에 묻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어비앤비로 다 같이 한집에서 지내게 됐다. 그 집에서 모여 밥을 먹고 시나리오에 관해서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덕분에 '미나리' 번역본 대본을 문어체에서 구어체에 가깝게 바꿀 수 있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그런 시간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시나리오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어 너무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할리우드 영화를 촬영한다는 부담감에 관해서는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다른 감정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다 찍은 후에 모니카도, 저도 벌어지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나리'를 찍고 저희 부모님 세대에 대한 이해, 마음이 더욱 커졌다"라고 덧붙였다.
딸 모니카와 함께 살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외할머니 순자 역은 윤여정이 연기했다.
윤여정은 "한국 관객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식구처럼 이 작은 영화를 만들었다. 이런 관심은 기대도 안 했다. 처음에는 좋았는데 지금은 걱정스럽고 떨린다. 실망 하실까 봐"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정이삭 감독이 캐릭터를 전형적이지 않게 썼다. 어떤 감독은 배우를 가둬 놓는다. 정 감독은 달랐다. 가장 먼저 할 질문이 '아이작, 할머니 흉내 내야 하느냐, 특정한 제스처를 해야 하냐' 였는데 선생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하더라. 이 감독 참 좋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윤여정은 미국 연기상 26관왕에 오르며 현지 매체가 예측한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윤여정은 "(수상을) 축하해주셔서 감사하다. 상패는 (26개 중) 하나만 받아서 실감을 못 하고 있다. 나라가 넓어서 상이 많구나! 그 정도다"라고 눙쳤다.
영화는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정화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하고 건강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감독과 배우 역시 그 점을 영화의 강점으로 꼽으며 많은 이들이 관람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정 감독은 영화를 식탁에 비유하며 "언제든 열려 있으니 관객분들 오셔서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고, 윤여정은 "이 영화는 조미료가 안 들어갔다. 담백하고 순수한 맛인데 건강하니까 잡숴봐라"라고 거들었다.
한편 '미나리'는 3월 3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러닝타임은 115분이며 관람 등급은 12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