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NA] <코로나 사태 1년> 집단면역 국민 협조 필수

2021-02-26 14:12
국제백신연구소 제롬 킴 사무총장 인터뷰

["백신접종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하는 제롬 킴 사무총장 =22일, 서울 (사진=NNA)]


한국에서는 26일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문재인 정부는 올 11월까지 집단면역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백신 프로그램 개시시기가 늦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앞으로도 백신공급, 접종장소, 인력확보와 정비 등과 같은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서울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 국제백신연구소의 제롬 킴 사무총장은 집단면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백신 프로그램 개시시기가 다른 국가보다 늦다는 비판이 있다.
=감염상황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일본, 한국은 감염자 수가 비교적 적은 편이며, 유럽, 미국만큼 병상 수가 부족하지도 않다. 오히려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나타나고, 강력한 방역대책으로 시민들이 느끼는 '코로나 피로감'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접종을 시작하는 것은 타이밍상 좋다고 말할 수 있다고 본다.
개시시기가 늦어져, 결과적으로 각국에서 접종되고 있는 백신의 효능을 판단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 필수적인 '정부에 대한 신뢰'

-일반적으로 백신접종은 지금까지 유아들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젊은층에서 고령자까지 역대 최고의 규모로 접종이 실시되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가 느끼는 부담도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금까지 꾸준히 인플루엔자 백신접종을 실시해 온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착실하게 준비한다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사전준비가 중요하다는 점은 방역활동과 같다. 한국은 이번 신종 코로나 방역대책에서 2015년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유행했을 때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았다.

-문재인 정부는 '11월에 집단면역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달성 가능할까?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효율적인 백신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백신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백신접종은 접종자 뿐만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예방효과가 55~60%라고 해도, 예를 들면 인도처럼 인구가 밀집된 도시주민은 50%가 접종을 받으면, 도시전체의 감염자 수는 85% 낮아진다.
물론 국민들의 협조의 근간에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 '일상'회복을 위한 첫 걸음

-그러나 짧은 시간 안에 개발이 이루어져,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백신은 모두 1상부터 3상까지 임상실험 과정을 거쳤으며, 예방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됐다. 이미 세계 107개국과 지역에서 접종횟수가 2억회를 돌파했으며, 지금까지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과거에도 프랑스 사노피가 개발한 댕기열 백신을 제외하고는, 접종의 이득과 부작용의 트레이드 오프는 발생하지 않았다. 나 자신도 물론, 신종 코로나 백신접종을 고대하고 있다.

[백신접종 준비가 진행중이다. =17일, 충남 천안시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백신접종을 마쳤다고 해서 감염이 종식되는게 아니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부터 항시적으로 사회에 존재하는 '엔데믹'으로 변화할 뿐이라는 견해도 있다.
=물론 접종 후에도 감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은 필요하다. 백신효과의 지속기간도 미지수다. 변이주 출현 등을 감안하면, 2022년 이후에도 마스크 착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중증환자가 발전될 감염자가 백신접종으로 무증상 환자가 된다면, 병상부족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이는 의료관계자들의 스트레스 완화로 이어진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에서는 미국 화이자 백신의 2회 접종으로, 발병 예방효과가 95.8%까지 상승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백신접종은 우리들의 '일상'회복의 첫 걸음이다.

■ 한일왕래, 올해 중반 가능?

-한일 비지니스 관계자들이 아시아 각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언제쯤 가능할까?
=최소한 양국간의 합의가 필요한데, 한일의 현재 감염상황을 감안하면, 백신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3~4개월 후에는 양국간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해지는 상황이 실현될 수 있다.
자유로운 왕래를 실현하는데 있어 최대 초점은 입국하는 국가에서 격리가 실시되는지 여부다. 상대국에 입국할 때, 백신을 이미 접종했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 증명할 수 있을지. 전자적인 절차를 통하는지, 또는 증명서를 발급하는지.
변이주가 출현하면, 겨우 접종을 마친 백신의 예방효과가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정부 당국간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격리 유무는 올 여름 개최 예정인 도쿄올림픽·패럴림픽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한일 이외의 아시아 각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시기와 관련해서는 올 가을 경에 그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 공급격차 확대 우려

-자국 백신확보를 최우선시하는 '백신 내셔널리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등 싱크탱크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백신확보에 고소득국과 저소득국간에 격차가 벌어지면, 신종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는 백신접종이 선진국에 편중될 경우의 2배까지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선진국도 4조~5조달러(약 423조~529조엔)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입게된다고 추산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상호의존도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감염리스크는 평등하지 않다. 백신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가 보다 바이러스 위협에 노출된다.

-백신공급의 격차를 최소한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도 백신을 공동구매 및 배분하는 코백스(COVAX) 퍼실리티의 역할이 중요하다.
=백신 내셔널리즘을 근절하지 못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완화는 기대할 수 있다. 코백스는 상반기 중에 미국 화이자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약 3억 3700만회분을 145개국에 공급할 예정이다. 앞으로 미국 모더나 백신과 중국, 러시아 백신도 공급할 수 있게 되면, 상황은 더욱 개선될 것이다.
다만 아무리 백신을 확보했다고 해도, 분배면에서 투명성이 결여되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규정을 잘 준수해야 한다.

[서울에 본부를 둔 국제백신연구소 (사진=NNA)]


-한국의 제약회사도 백신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3상 임상실험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어, 대응기술면에서 유럽과 미국, 일본, 중국보다 뒤처져 있다는 견해가 있다.
=한국 제약회사의 경우, 개발을 시작하는 시기가 늦었다. 지금 페이스대로 간다면, 3상 임상실험 결과가 나오는 것은 4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3~4월에 임상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면, 임상실험 참여자를 대폭 줄일 수 있는 'immune correlates of protection(ICP)'라는 제도를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 제약사는 큰 혜택을 입게된다.

■ 접종촉진으로 인류가 주도권을

-이번 백신개발에는 '메신저 RNA(mRNA)'라 불리는 신기술이 주목을 받았다.
=mRNA는 세포의 핵 안에 있는 DNA 정보를 통해, 세포내에서 다양한 단백질을 만드는 지령을 내는 물질로, 유전자 배열만 파악하면 신속하고 빠르게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의 바이러스벡터 방식 및 중국 시노백의 불활성 백신 등 기존 기술로도 단시간 내에 개발에 성공했다.
어느 기술에도 각각의 장점이 있다. 변이주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어느 기업의 백신이 가장 유효한지가 밝혀질 것이다.
신종 코로나로 전 세계적인 인적, 경제적 손실은 너무나도 크다. 백신접종을 계기로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인류가 주도권을 확보하기를 바란다.

<메모>
국제백신연구소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보급을 목표로, 유엔개발계획(UNDP)가 주도해 1997년에 설립한 비영리 국제기구.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를 주심으로 36개국과 WHO가 가입해 있다. 제롬 킴 박사는 3대 사무총장이다.

<프로필>
제롬 킴 박사
1959년 하와이 출생 미국인. 1984년 예일대 의학부를 졸업한 후, 국립군의관의과대학교수, 에이즈 바이러스(HIV)연구프로그램(MHRP) 수석부책임자 등을 역임. 2015년부터 현직. 2014년에는 백신분야 전문지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50인의 전문가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