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경찰청' 초대 국수본부장 결국 내부인사…독립성 논란

2021-02-23 11:07
앞서 공개모집 나서...요식행위 지적
경찰청장 밑이라 매력 없단 평가도

초대 국수본부장으로 추천된 남구준 경남경찰청장. [사진=경찰청]


한국판 연방수사국(FBI)인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첫 수장이 출범 50여일 만에 사실상 확정됐다. 그러나 국가·수사·자치에서 수사 부문을 담당하는 국수본부장으로 내부 인사가 내정되면서, 비대해진 경찰 권력 '분산'이라는 본래 취지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립성 논란은 예견된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전날인 22일 남구준 경상남도경찰청장을 국수본부장으로 단수 추천했다. 국수본부장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이다.

국수본부장 선발 남은 절차로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과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 최종 임명이 남았다. 이미 경찰청이 청와대 등과 초대 국수본부장 인선을 조율해온 만큼, 남 청장 임명은 사실상 확정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올해부터 시행하는 국가·수사·자치경찰 분리에 대한 본래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이 지난달 1~11일 국수본부장 직위를 외부에서 공개 모집했지만, 결국 내부 인사가 낙점돼서다. 결론을 미리 정해 놓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식 공모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경찰청이 지난달 공개 모집한 국수본부장엔 경찰 출신인 백승호 김앤장 변호사(사법연수원 23기)를 비롯해 이세민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경찰대 1기)과 판사 출신 이정렬 변호사(23기), 이창환 변호사(29기), 김지영 변호사(32기) 등 5명이 지원했다. 그러나 경찰청은 전문성 등을 이유로 최종적으로 내부 인사인 남 청장을 청와대에 단수 추천했다.

첫 국수본부장 인선에서 내부 인사를 낙점하면서 분산이라는 본래 취지에 어긋난 선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개정된 경찰청법이 통과될 때 국수본부장 인선 과정에서 내·외부 인사 모두 가능하게 했던 점이 의아했는데 결국 국민 기대와 거리가 먼 결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남 청장이 전해철 행안부 장관과 경남 마산 중앙고등학교 선후배이고, 2018년부터 1년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에서 파견 근무한 점도 꼬집었다.

신 교수는 "수사권 독립이라는 대원칙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치되고,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까지 논의되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흔들림이 없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며 오히려 논란거리를 만든 것을 질타했다.

이번 인사는 경찰청이 국수본에 완전한 독립을 보장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법원장급이나 검사장급이 지원할 만큼 국수본부장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취지다.

이훈 조선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에 지원한 분들이 능력이 없다는 문제가 아니라, 외부에서 다른 인력이 지원하지 않은 게 원인"이라며 "개정된 경찰청법에도 국수본부장은 결국 청장 아랫사람인 상황에서 매력적이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내부 인사가 첫 국수본부장이 되는 건 정부 코드인사 논란을 넘어 국수본 자체 독립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