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기원, 채용비리로 탈락한 지원자에 1000만원 배상"

2021-02-21 13:29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국기원이 지난 2014년 채용 최종평가 1순위였는데도 탈락한 지원자에게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7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국기원, 오현득 전 국기원장, 오대영 전 국기원 사무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해 원고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기원은 2014년 산하 연수원에 경력직 1명과 신입직 1명을 뽑기로 하고 1차 서류심사, 2차 프레젠테이션(PT) 발표와 영어 능력평가, 3차 최종면접을 거쳐 공개 채용을 진행했다.

1차 합격자가 발표됐을 무렵, 오 전 원장과 오 전 사무총장은 모 국회의원 후원회 관계자 아들 박모씨를 신입직 채용에 합격시키기 위해 2차 시험지를 사전 유출했다.

그럼에도 박씨는 독해·번역시험에서 답안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했고, 오 전 원장은 직원이 답안을 대신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최종평가 결과 박씨는 최고점수를 받아 신입직 채용 1순위에 올랐고, 이와 동시에 A씨는 경력직 채용에서 1순위로 평가됐다.

하지만 오 전 원장 등은 국기원 연수원장에게 경력직 지원자들 영어 성적이 부진하다며 신입직만 2명 채용하자고 했고, A씨는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채용비리는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경력직 채용 예정인원이 1명에서 0명으로 변경됐다"며 "공정한 채용 절차를 통해 평가받을 기회와 합리적 기대를 침해한 것으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채용비리는 신입직 부문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경력직 채용과 인과관계가 없다는 피고 측 주장에는 "박씨를 1순위로 만들긴 했으나 외국어 능통자를 필요로 하던 상황에서 월등히 영어성적이 뛰어났던 B씨(실제 신입직 1순위)를 탈락시킬 수 없었기에 원고를 탈락시켰던 것"이라고 봤다.

다만 "누구를 직원으로 채용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피고인 국기원 자유의사 내지 판단에 달려있고 채용 비리가 없었더라도 원고가 당연히 최종합격자로 결정됐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는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