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서 속앓이...오스틴공장 셧다운에 ITC 소송까지
2021-02-18 19:09
미국 한파로 재가동에 설비 점검 인력 최대 200명 필요
에릭슨과의 두 번째 ‘특허소송’ 시작...“이번엔 이길 듯”
에릭슨과의 두 번째 ‘특허소송’ 시작...“이번엔 이길 듯”
삼성전자가 미국의 기록적인 한파로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어 가동을 중단한 텍사스주(州)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기술진을 급파한다. 재가동 준비와 함께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 조치다.
이런 가운데 스웨덴 통신장비 제조사 에릭슨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10년 만에 특허소송을 제기, 삼성전자는 미국 내에서 속앓이가 이어질 전망이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금주 내로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회사 임직원과 협력업체 기술진으로 구성된 인력을 파견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인력 규모는 밝히지 않았으나 반도체 업계는 최소 150명, 많게는 200명으로 추정한다. 이들은 코로나19 양성 반응 검사와 미국 현지 방역 지침 등과 관련한 사전 교육이 끝나는 대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미국 내 유일한 반도체 생산 기지로, 1996년 건설을 시작해 1998년 준공했다. 최초 설립 당시 메모리가 주력이었지만, 2011년부터는 12인치 웨이퍼에서 10나노미터(㎚)급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2014년엔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애플 A9 칩셋을 양산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 인근 부지를 매입하면서 추가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사상 초유의 셧다운 사태는 오스틴시가 소유한 전력회사 ‘오스틴 에너지’가 한파로 가정용 전력이 끊기자, 지역 내 생산시설을 둔 기업들에 가동 중단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외에도 제너럴모터스(GM) 등도 공장 가동을 중지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번 한파로 현재 텍사스주 정전 가구는 430만 가구에 달한다. 텍사스주는 한파 피해를 입은 미국 내 주요 주 가운데 가장 피해가 큰 상황이다.
삼성 오스틴 공장의 중단 기간이 길어질수록 피해 규모는 상당할 전망이다. 국내의 경우, 2018년 3월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에서 30분 미만 정전이 발생했을 당시 500억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했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주 정부의 요청에 따른 중단인 만큼 사전 조치를 확실히 한 터라 큰 피해는 막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오스틴에너지가 이날 “전기신뢰성위원회로부터 16개 전력 회로를 복원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고 발표, 공장 가동이 조기에 정상화 되리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 셧다운 문제와 함께 최근 에릭슨의 특허침해 소송 제기로 또다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6일(현지 시간) 삼성전자의 에릭슨 통신 인프라 특허침해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에릭슨이 지난 1월 15일 삼성전자가 자사 안테나, 라디오, 기지국 등 스마트폰과 기타 통신장비가 무선으로 연결되는 데 필요한 4세대(4G), 5세대(5G) 핵심 네트워크 제품 등 4개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ITC 측에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에릭슨은 같은 달 텍사스주 지방법원에도 삼성전자를 특허침해 혐의로 고소했다.
삼성전자와 에릭슨 간 특허 관련 법정 분쟁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2년 에릭슨이 삼성전자를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한 지 10여년 만이다. 당시 2년여간의 소송 끝에 삼성전자가 소송에 져 에릭슨에 6억5000만 달러(약 7200억원)를 지급했다. 이번 소송에서도 패하면 삼성전자는 미국 내 5세대(5G) 이동통신 경쟁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삼성전자도 ITC에 맞제소를 하며 반격에 나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에릭슨에 석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애플 등 다양한 업체와 소송을 진행하며 쌍방 특허침해 소송 노하우를 쌓았고, 5G에 6G까지 통신기술을 다수 확보해 기술력에서도 우위라 ITC 소송에서 승기를 잡을 공산도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