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비상] "이젠 화가 난다" 코로나 블루 넘어 레드·블랙까지

2021-02-18 08: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우울)'를 경험한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최근에는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레드(분노)', '코로나 블랙(절망)'이라는 신조어마저 등장했다. 제한적인 일상과 단절된 인간관계로 인해 느끼는 스트레스로 감정이 우울을 넘어 분노까지 확산되면 자살충동 등 심각한 정신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모임 취소, 외출과 여행 자제 등으로 사회적 활동이 줄어들면서 스트레스와 우울증, 무기력증,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 취업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성인 3909명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 절반 이상(54.7%)이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우울감을 느끼는 이유로는 '외출을 못해 생기는 답답함'과 '지루함'이 22.9%에 달했다.

김준형 고려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블루를 비롯한 코로나와 연관된 정신건강의학적 문제들은 코로나와 연관돼 발생된 사회·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단절에 대한 외로움 등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코로나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달리 코로나19에서 비롯된 복잡한 감정이 뒤엉킨 상태로 새로운 형태의 감정장애로 보고 있다. 긴 시간 코로나19로 스트레스가 누적되며 생기는 불안, 두려움, 답답함, 우울함, 무기력함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감정 장애인 '복합감정 우울증'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생업에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취준생들이 경제적 이유로 우울감, 불안감이 커지면서 자살 충동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서울아산병원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0명 중 5명꼴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자살 위험이 4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조사결과 남성(3.9%)보다 여성(6.8%)이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전국 만 20~65세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성(50.7%)의 경험 비율이 남성(34.2%)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해 규칙적인 수면과 기상 시간 등 일상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한편, 증상이 보이면 바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형 교수는 "우울증은 치료를 통해 개선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심적으로 힘들다 느껴질 때는 무조건 참지 말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용욱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불면증이 나타나거나 무기력함이 2주 이상 지속되는 등 우울감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느껴지면 전문의를 찾아 최대한 빨리 치료받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이달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새말모임을 통해 코로나 레드와 코로나 블랙을 대체할 우리말로 코로나 분노와 코로나 절망을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