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박근혜 정부때도 불법사찰 개연성...특별법 제청 요청"

2021-02-17 08:03
박지원 원장, 16일 국회 정보위 국정원 업무보고
"박근혜 정부때도 개연성...박형준 MB정무수석 개입은 확인 안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18대 국회 시절 국가정보원이 당시 야당과 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을 대상으로 사찰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문건 목록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원장은 이명박 정부 뿐만 아닌 박근혜 정부에서도 사찰 개연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했다.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16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원 업무보고가 끝난 뒤 사찰 문건 공개와 관련, "국정원은 직무 범위를 이탈해 작성된 것이라도 공공기록물법에 따른 기록물이고 제3자 개인정보가 포함된 비공개 기록물인 만큼 당사자가 아닌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박 원장은 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법에 따라 (공개 여부 등을) 처리하겠다고 보고했다. 박 원장은 이날 여당이 요구한 사찰 문건 목록을 제출하지 않았다. 또한, 국정원은 이날 보고에서 사찰 대상 인원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김 의원은 불법 사찰이 이뤄진 의원 등 당사자들과 관련, "국정원은 정보위 재적위원 3분의 2이상의 의결이 있으면 비보도를 전제로 보고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된 국정원법 제15조 2항에 따르면 국회 정보위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특정 사안에 대한 국정원장의 보고를 받을 수 있다. 

박 원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정치인·민간인 사찰 정보의 불법성 여부와 관련해 "직무범위를 이탈했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밝혔다. 다만 도청·미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경선후보가 사찰에 관여했을 가능성과 관련해선 "당시 정무수석실 또는 박형준 수석이 관여돼 있다는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박 원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불법 사찰 여부도 개연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DB(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지시가 박근혜 정부 때 내려온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박 정부 때에도 이어졌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박 원장은 박근혜 정부 때 주요 인사 DB가 업데이트된 내용이 있냐는 질의에는 "아직까지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에서 개인 사찰 DB가 업데이트된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에도 불법 사찰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없었다"고 답했다. 다만, 박 원장은 지난 2008년 2월5일부터 약 4년 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씨에 대한 사찰 문건이 국정원에서 작성된 데 대해서는 "노 전 대통령 임기말에 (직원이) 자발적으로 사찰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보고했다.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국정원은 이 정보(불법 사찰)를 직무 범위 이탈 정보라고 공식 명명했다"며 "박지원 국정원장은 국회에 국정원의 '60년 불법사찰 흑역사' 처리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하 의원은 "(국정원이) 특별법을 요청한 이유는 개인 파일 중 적법 정보, 불법 정보도 (함께)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폐기하게 되면 적법한 국가기밀도 폐기되는 만큼 적법·불법 정보를 분리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야당은 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의 사찰,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 때 불법 도청 사례가 있어 모두 문제가 되는 만큼 정보공개 요청, 폐기 요청이 있을 수 있으며 개인사와 관련된 불법 정보는 폐기하는 것이 맞는다는 입장"이라며 "적법한 국가 정보가 폐기되면 안 되기 때문에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박 원장의 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의 정보공개 판결 이후 내부에 전담 정보공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