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이 본 설 민심] 설훈 "부동산 문제·경제 부진" vs 류성걸 "자영업자·소상공인 경기"

2021-02-10 00:00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월드컵시장에서 한 상인회 관계자가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라인=김도형·조아라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한국 경제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1.0%)을 기록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선 비교적 나은 수준을 보였지만, 민간 소비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5%)으로 하락한 만큼 일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고충은 심각하다.

본지는 9일 설 연휴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에게 설 민심의 향방, 코로나19 대책, 자영업자 손실보상 및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여러 현안에 관해 물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 인터뷰에서 공히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방법론에선 차이를 보였다.

재원 마련 방식에 대해 설 의원은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류 의원은 국채는 결국 미래세대의 빚인 만큼 본예산을 조정하는 ‘감액 추경(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여야 의원이 본 설 민심' 기획은 개별 인터뷰를 한 뒤 '일대일 토론'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薛 "재정여력 충분" vs 柳 "전부 적자국채"

-설 연휴를 맞는 국민들의 마음이 유례없이 어둡다. 국민들의 불만이 어디에 있을 것으로 보나.

설훈= "서울을 중심으로 보면 주택 문제가 가장 클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코로나로 야기된 갑갑함과 경제 부진일 것이다.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풀어줘야 한다. 여의도만 봐도 우리가 자주 가던 식당 양옆으로 두 군데나 문을 닫았다. 그런 현상이 여의도에만 있겠나. 전국적으로 다 그럴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부진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가장 큰 문제가 될 거 같다."

류성걸= "경기가 다 안 좋고 코로나19로 장사가 안 되니 그게 가장 큰 불만일 것이다.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 특히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정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도 그제 지역(대구 동갑)에 가서 전통시장을 돌았는데 사람들, 손님들이 없다고 호소하더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에 대한 손실보상제, 지원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설훈= "재난지원금도 주고, 손실보상도 해야 된다. 재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다 해야 한다. 국채를 조금 발행하더라도 지금은 살려놔야 한다. (경제가) 죽어버리면 나중에 돈이 더 들어간다.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서 경기를 살리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전쟁이 나도 재정건전성만 따지고 있을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민의 피눈물을 외면하는 곳간지기는 곳간지기로서 자격이 없다."

류성걸= "손실보상제는 헌법에 국가의 행위로 인해 재산상 손실이 발생했을 때 하도록 돼 있다. 해야 한다. 손실 보상의 범위를 어떤 방법에 의해 결정하고 어떤 시기에 지급할지 면밀히 검토하고 법제화해야 한다. 이후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재난지원금은 취약 계층에 선별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봉급생활자나 고정적으로 수입이 있는 분들에겐 재난지원금이란 말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많은 혜택을 주면 좋겠지만 결국 재정적 여력이 문제다.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7.3%다. 아직 여유가 있다고 보나.

설훈= "상대적으로 비교를 해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낮은 수준이다. 46~48%다. 아직 여유가 있다. 일본은 220% 정도 되지 않나. 우리는 OECD 사무국에서도 확대 재정을 취하라고 할 정도로 재정 상태가 여유가 있다. 재정을 조금 더 풀어서라도 경제를 살려내야 할 때다. 나중에 재정을 보충할 상황은 돌아온다."

류성걸= "국채라는 건 전부 적자국채다. 빚을 낸다는 거 아니냐. 적자가 발생하는 거 자체가 여력이 없다는 거다. ‘OECD 평균이 110% 정도니까 우리는 괜찮아’,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준은 있을 수 없다. 빚은 없는 게 좋은 거다. 추경을 편성한다고 하면 대부분 새로 국채를 발행해서 추경을 하는 것만 생각하는데, 추경도 감액 추경이 있다. 총지출을 줄이고 필요한데 쓸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쓸 때는 적자라도 써야 한다. 다만 기준이나 원칙 없이 막 써서는 안 된다."

◆薛 "증세 논의할 때 아냐" vs 柳 "바람직 않아"

-여권 일각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한시적 부가세' 인상 등의 아이디어도 나온다.

설훈= "증세는 다시 봐야 한다. 아직까지 증세를 논의할 처지는 아니다. 일단 국채를 발행해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 때가 되면 증세를 해야 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증세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류성걸= "조세의 대원칙이라는 게 있다. 필요할 때 쓰기 위해 법을 바꾸고 이렇게 해선 안 된다는 말씀이다. 소득세와 부가세, 법인세 등 3대 세금이 우리나라 세수의 75% 이상을 차지하는데, 세율을 바꿀 때는 관련 사항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 (하나만 올리는 게 아니라) 세제 개편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세제 개편을 위해선 조세의 형평성, 효율성, 신축성과 편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필요하면 더 올릴 수 있겠지만 하나만 보고 하는 것은 진짜 바람직하지 않다."

-설 연휴 이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정책은.

설훈= "제도적으로 상생 3법(손실보상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법)을 만들어 놨으니까 일단 빨리 통과시켜서 정책이 집행되게 해야 한다. 다행히 야당도 재난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는 것 같지 않다. 같이 가자는 입장이기 때문에 같이 갈 수 있다고 본다. 재정을 빨리 집행해야 한다. 우물쭈물하면 안 된다. 속도가 중요하다. (경제가) 죽고 난 다음에 주면 무슨 소용이 있나. 죽기 직전에 살려내야 하니 빨리 과감하게 재정을 집행해야 한다. 그게 중요하다."

류성걸= "취약계층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 영세민, 저소득층은 코로나19로 인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포퓰리즘적으로, 선심성으로 주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확한 분석이 선행된 뒤 지원돼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포퓰리즘적 정책들은 지나고 나면 다 후회를 하게 될 거다. 처음에 선심성으로 지원하면 다 좋아한다. 지나고 나서야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된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