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통인 시장상인들 "지역화폐 쓰러 많이 와주세요"

2021-02-09 14:54
"젊은 사람은 많이쓰지만 노령층은 드물어"
"활성화 위해서는 지역화폐 홍보 필요"

9일 방문한 통인시장 입구에 설명절 고객감사 행사 홍보물이 걸려있다. [사진=신동근 기자, sdk6425@ajunews.com]

떡을 찧고, 전을 뒤집는 손길이 분주했다. 민족 대명절인 설날을 며칠 앞둔 9일 방문한 통인시장은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정윤엽씨(80대)와 남편, 딸이 운영하는 과일가게에는 과일을 보는 손님들이 잠깐사이 여럿 다녀갔다. 가게에는 제로페이와 온누리상품권 등 결제수단에 대한 설명이 붙어있었다.

서울시는 명절을 앞둔 지난 2일 지역화폐 4000억원을 조기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매출증대를 유도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피해회복을 돕겠다는 취지다.

지역화폐는 일반적으로 10% 저렴한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다. 연말정산 소득공제 30% 혜택도 된다. 지역화폐는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이유에서 밝혀둔 것처럼 지역 내 영세·중소상공인의 소득 증대를 위해 기획됐다.

정씨는 "'제로페이'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예전보다는 늘었다"면서도 "아직 하루에 3~4명 수준으로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고객들은 카드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그다음으로 현금, 마지막으로 제로페이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제로페이에서 종로사랑상품권이 사용가능하다고 알리는 포스터. [사진=신동근 기자]



통인시장이 위치한 종로구의 지역화폐는 종로사랑상품권이다. 그러나 상인들은 지역화폐와 제로페이를 구별하고 있지 않았다. 지역화폐는 결국 제로페이 등 결제 어플을 통해 구매하고 써야하기 때문이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관이 합쳐 만든 모바일 결제시스템이다.

정씨는 "나는 눈에 보이는 현금이 편해"라면서도 카드보다는 제로페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카드는 카드사에 수수료가 지불된다는 것이다. "가격을 말해주면 손님들이 다 알아서 결제해"라며 본인은 80대지만 제로페이로 결제를 받는 것도 어렵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고객이 꽤 많다는 상인도 있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안모씨(60대)는 "지역화폐 할인 때문에 제로페이를 쓰는 사람이 꽤 많아졌다"며 "20~30대 젊은 층이 많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와서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어플을 쓰지도 못하는데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이 분식집에는 짧은 인터뷰 시간에도 간단하게 튀김이나 어묵을 먹는 손님들이 여럿 방문했다.

시장상인들은 지역화폐에 대해 긍정적이었지만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화폐를 이용하려면 제로페이 등 어플을 사용해야하는데 시장 이용객들은 노령층이라는 것이다.

통인시장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윤모씨는 "우리 가게에서 제로페이를 이용하는 고객은 젊은 단골 1명"이라며 "대부분 카드나 현금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어플을 쓰는 게 불편해서 제로페이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60대 김모씨도 "20~30대는 꽤 쓴다"면서도 "노인 사용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많으면 별로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씨는 "코로나19가 없었던 2년전에는 이맘때 사람이 정말 많았다"라며 "설날인데도 손님이 너무 적다"고 지역화폐를 쓰러 많이 와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홍보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시장을 돌아본 2시간 동안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손님을 직접보지는 못했다. 현금이나 카드를 내는 손님들에게 '제로페이에 대해 알거나 사용하는지', '지역화폐를 10% 할인된 금액으로 살 수 있는 것을 알고 있는지' 등을 물어보자 '노안이 와서 어플을 보기 힘들다'거나 '잘 모른다', '카드나 현금으로 직관적으로 내는 것이 편하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역화폐를 사서 이용한다고 밝힌 김모씨(50대)도 "10% 할인 혜택이 좋아서 매번 쓰고 있다"면서도 "어플이 좀 어려워 자식들이 도와준다"고 말했다.

손님맞이로 분주한 통인시장. [사진=신동근 기자]


한편 서울시 발표에 따라 각 자치구들은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통인시장이 위치한 종로구도 지난 3일 종로사랑상품권 150억 원을 발행했다. 소상공인들 결제수수료 부담을 없애고, 소비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부여해 지역경제를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종로구 시민은 1인당 월 70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고 보유 한도는 200만원이다. 구매일로부터 최대 5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종로구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을 제외한 관내 제로페이 가맹점 약 1만2800개소에서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영종 구청장은 "종로사랑상품권은 관내 소상공인들의 결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고 매출증대를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지난해 처음 발행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보탬이 되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