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권 들어서자 우군 확보에 총력 기울이는 中

2021-02-04 13:41
리커창, 갈등 빚는 영국에도 "협력 강화하자"
외국인 전문가와도 토론 개최…해외 인재 영입 논의
시 주석도 최근 잇달아 각국 정상과 전화 통화

지난 2일 외국인 전문가 대표단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동한 리커창 중국 총리 [사진=신화통신]

“국제적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라도 중·영 우호 관계에 대한 중국의 의지는 변함없이 강합니다.”

지난 3일 중국과 영국 경제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온라인 행사 기조연설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이 같이 밝혔다. 영국 정부의 홍콩인 이민 확대 조치로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서도 중·영 관계의 급격한 악화는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중국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우군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는 분위기다.
리커창, 해외 전문가들과 베이징 회동 이어 공개 행사서 英과 협력 강화 강조
리 총리는 이날 연설을 통해 “중국과 영국 국민의 우정과 협력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며 양국의 협력 강조했다.

주목되는 점은 그의 이례적인 공개 연설이 최근 중국과 영국이 홍콩과 위구르민족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것이다. 앞서 영국은 지난달 31일부터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홍콩인 보호를 위해 이민의 문턱을 대폭 낮춘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영국의 이 같은 조치에 강력히 반발했다. 외교부는 영국의 이민 확대 정책이 내정간섭이라며, BNO여권을 유효 신분증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갈등 상황 속에서도 리 총리가 양국 간 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중국이 그만큼 우군 확보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블룸버그는 “리 총리가 바이든 정권 초기에 영국과 굳건한 협력 관계 기반을 다지려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리 총리는 지난 2일에도 외국인 전문가 대표단과 회동했다. 리 총리는 이날 이탈리아·싱가포르·네팔·영국·프랑스 등 각국 전문가들과 중국 경제와 금융, 코로나19 방역, 교육, 과학기술 혁신, 환경 보호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리 총리는 “더욱 많은 외국인 전문가들이 중국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외국 인재를 영입하는 제도를 완비해 재중 외국인 전문가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習 전화·축전 외교...'다자주의' 강조하며 경제협력도 강화
리 총리의 활발한 외교활동과 더불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도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전화통화와 축전 등을 통한 우군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1일부터 라오스, 도미니카공화국, 한국, 벨라루스, 볼리비아 정상과 차례로 통화했으며, 포르투갈, 멕시코, 수리남, 베트남에는 축전외교를 이어갔다.

특히 중국은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있는데, 최근 시 주석의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아젠다 연설에서 이 같은 전략이 잘 드러났다. 시 주석은 당시 ‘다자주의’를 10차례나 언급하면서 “다자주의라는 이름으로 일방주의를 행해서는 안 되며, 냉전적 사고방식을 피하고 내정 간섭을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다자주의와 각국 이익을 앞세워 미국 견제하며 우군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막강한 경제력과 시장을 바탕으로 다수 국가들과 잇달아 투자협정을 채결하는 등 경제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뉴질랜드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업그레이드했고, 지난해 말에는 미국의 주요 동맹 중 하나인 유럽연합(EU)와 7년만에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더 앞서 중국은 미국의 동맹인 한국, 일본까지 포함한 14개국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했으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대한 관심도 재차 표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