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기소 2년…끝나지 않은 사법농단 심판

2021-02-03 19:30
재판부 교체로 심리 더 길어질 듯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120번째 공판이 3일 열렸다.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기소 된 지 2년여가 흘렀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수많은 증인신문·건강상 문제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재판이 여러 차례 미뤄졌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는 배형원 전 대법원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배 전 심의관은 2011년 2월부터 이 직무를 맡았고 양 전 대법원장은 그해 9월 취임해 일정기간 한솥밥을 먹었다.

검사는 배 전 심의관에게 법관 인사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줬는지, 대법원장이 별도 지시하진 않았는지 등을 물었다.

특히 '물의 야기 법관'을 따로 구분해 인사 관련 문건을 작성한 점 등을 꼬집었다. 이 문건에는 특정 판사에 대한 주요 판결과 평판이 담겨 있다. 당시 대법원과 박근혜 정부 기조에 얼마나 비판적인지, 어떤 인사 조치를 취할지도 쓰여 있다.

배 전 심의관은 이 문건에 대해 "수기 결재가 없고 당시 양 대법원장에게 대면으로 보고하지도 않았다"며 "지방법원 부장판사 인사는 주기에 따랐다"고 말했다. 또 "인사 기본 원칙은 대상자 희망에 따르고, 희망자가 많으면 선발 기준에 맞게 절차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도 인사절차상 법원행정처 처장·차장 권한이 어느 정도인지, 물의 야기 법관에게 특별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캐물었다.

배 전 심의관은 "기본적으로 인사심의관이 전례와 사실관계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후 많은 결재가 이뤄진다"며 "(법관) 배치·선정과 관련해 깊이 생각한 적 없다"고 답했다.

2019년 시작한 양 전 대법원장 공판은 별다른 사유가 없으면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진행한다. 오는 5일에는 검사의견서에 따른 증거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을 선고받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1심 공판 횟수(115차)를 넘어섰다. 

심리 기간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이날 법원 정기인사로 형사합의35부 재판부가 전원 교체돼서다. 오는 22일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와 배석인 심판 판사는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이원식 판사는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으로 자리를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