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커진 증시··· 랩어카운트로 자금 쏠린다

2021-02-03 18: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증시가 단기 조정에 이어 변동성 장세에 접어들자 랩어카운트(Wrap Account·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직접 투자 열풍이 어느 때보다 거세지만 증시 상승 폭이 주춤해지면서 직접 투자와 간접 투자 사이의 '틈새 시장'에서 랩어카운트의 투자 매력이 주목받은 것이다. 사모펀드보다 투명한 운용 내역, 공모펀드보다 다양한 투자 자산을 통한 맞춤형 자산관리도 장점으로 꼽힌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랩어카운트 계약자산(평가금액)은 총 129조1982억원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던 10월(131조1800억원)보다 소폭 감소했으나 전년 같은 기간(121조589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큰 폭으로 증가한 규모다.

랩어카운트는 고객이 맡긴 자금을 증권사가 대신 운용하거나 투자자문을 제공하는 일임형 상품이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을 포함하는 맞춤형 자산관리가 가능하다. 그간 랩어카운트는 사모펀드에 비해 투자 자산이 제한된 점이 한계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해 사모펀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며 오히려 대안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고객 성향에 맞춘 맞춤형 운용과 함께 운용 내역의 투명한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수수료, 높은 최소 가입금액 등도 최근에는 초기에 비해 낮아져 접근성이 높아졌다.

시장이 반등하며 운용자산이 급증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유안타증권이 판매 중인 글로벌 랩어카운트 상품 3종의 경우의 운용자산(AUM) 규모가 이날 기준 500억원을 돌파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2019년 유동원 상무를 글로벌자산배분 본부장으로 영입하며 '유동원 글로벌 자산배분 랩'을 선보였다. 출시 1년여가 흐른 지난해 6월에는 '유동원 글로벌 홈런/안타 랩'도 출시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세 상품의 자산 규모는 170억원 가량이었으나 작년 하반기 이후 3개월만에 500억원까지 규모가 불어났다. 유 본부장은 "세 상품에 지난 1월 한 달 동안에만 약 200억원 가량의 자금이 모였다"며 "그간 쌓아온 운용실적(트랙 레코드)과 높은 수익률이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주요 증권사들도 지난해 랩어카운트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글로벌 운용사와 협업해 해외 우수 상품에 투자하는 '화이트라벨링펀드랩'을 출시했다. 다양한 펀드를 하나의 계좌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한투증권은 이외에도 지난해 말 한국투자글로벌슈퍼그로쓰랩', '한국투자글로벌신쟁에너지WIN랩' 등 다양한 테마형 랩어카운트를 선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증시 변동성이 심해진 만큼 랩어카운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다수 종목이 오르는 상승장과 달리 박스권 내에서 등락이 심한 변동성 장세에서는 전문적 운용 역량이 중요해지기 마련"이라며 "랩어카운트로 자금이 쏠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