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이번엔 부활할까? 싸이월드 22년 '흥망성쇠'

2021-02-03 16:00
99년 설립 싸이월드, 10년 만에 가입자 수 3200만명↑ 성공 신화 써
모바일 시대와 함께 시작된 내리막길··· 많은 이용자가 돌아오길 원해

한때 전 국민 절반 이상이 사용했던 SNS 싸이월드가 새 주인을 찾았다고 한다. 모바일 적응 실패, 임금 체불 등 10년간 고난을 겪으며 몰락한 싸이월드가 재도약해 예전 명성을 찾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3일 IT업계에 따르면 신설 법인 싸이월드Z가 지난달 29일 전재완 대표로부터 싸이월드 서비스를 10억원에 인수했다. 싸이월드Z는 스카이엔엠 등 코스닥 상장사 2곳과 투자사 3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립한 법인이다. 싸이월드Z는 이르면 올해 3월 중 싸이월드 서비스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싸이월드, 10년 만에 가입자 수 3200만명↑ '성공 신화'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싸이월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한 벤처 동아리에서 시작했다. 1999년 9월 벤처 동아리 회원이었던 형용준씨가 동료들과 ‘싸이월드’라는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주 콘텐츠는 인터넷 홈페이지 ‘싸이월드’를 통한 인맥 관리였다. 이용자들은 학교나 단체, 지인 등을 거치지 않고 부담 없이 예전 인연을 찾을 수 있었다. 동문, 동창 등 본인이 몰랐던 인맥도 자동으로 연결되는 서비스는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온라인을 매개로 한 인간관계 형성에서 빛을 본 싸이월드는 2001년 ‘미니홈피’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한다. 2002년에 회원 수 1000만명이 넘었던 경쟁사 프리챌이 유료화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싸이월드 회원 수는 급증했다. 2003년 SNS의 위력을 알아본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를 인수했다. 싸이월드는 SK텔레콤의 지원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했다. 2009년에는 가입자 3200만명을 넘었다. 당시 한국 인구수가 4900만명임을 고려하면 명실공히 '국민 SNS'였다.

싸이월드 인기 요인은 시대 발전에 맞는 편리함에 있었다.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고 휴대폰에도 카메라 기능이 추가되면서 사람들은 쉽게 추억을 PC에 저장했다. 싸이월드 이용자들은 PC를 이용해 수많은 사진을 미니홈피에 공유하고 댓글을 달면서 지인들과 소통했다.

자기만의 공간인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해 필요한 가상 재화 ‘도토리’ 서비스도 성공적이었다. 2006년 SK커뮤니케이션즈 매출 1800억원 중 1000억원이 도토리 판매 수입일 정도로 도토리는 싸이월드의 유일하면서도 가장 큰 수입원이었다. 도토리는 배경음악(BGM), 미니룸 장식품 등을 사기 위해 꼭 필요했으며 이용자들이 선물하기도 편리했다.

10억건이 넘는 일촌 서비스도 싸이월드 인기 요소 중 하나였다. 싸이월드 이용자들은 지인들을 만나면 “싸이하냐”라고 묻고 서로 일촌을 맺은 뒤 일촌평으로 친밀도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또한 일촌 파도타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연결할 수 있었다. 다만 개인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탓에 연예인 등 유명인 미니홈피는 관련 이슈가 있는 날에 소위 ‘좌표 찍기’로 악플이 도배되기도 했다.
 
모바일 시대와 함께 시작된 내리막길···이용자들은 돌아오길 원해

[사진=싸이월드]

싸이월드 성공가도는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 막을 내렸다. 특히 스마트폰 등장은 가로가 긴 직사각형 형태의 사용자환경(UI)을 갖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치명타였다. 뒤늦게 모바일 시대 적응을 시도했지만 경쟁자들과 격차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졌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후 삼성전자가 갤럭시를 내놓으며 스마트폰 시대를 열렸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회사들은 발 빠르게 모바일에 최적화된 앱을 내놨다. 이용자는 간단히 접속하고 쉽게 소통할 수 있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싸이월드도 모바일 대응에 나섰지만 SK 계열사인 점이 발목을 잡았다. 싸이월드 관련 새 서비스는 계열사인 SK텔레콤 이용자에 우선 제공되고 타 통신사 이용자들은 소외되는 경우가 잦았다.

2012년 3월 카카오의 SNS 카카오스토리가 등장하면서 싸이월드 입지는 더 좁아졌다. 카카오스토리는 출시 7개월 만에 가입자 수 2800만명을 돌파하며 2700만명으로 줄어든 싸이월드 가입자 수를 넘어섰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스토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타임라인 형식에 모바일 특화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였다. 반면 싸이월드는 3500만명에 달하는 회원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되면서 이용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메신저 네이트온이 카카오톡에 밀린 것도 싸이월드 이용자가 줄어든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싸이월드는 극적일 정도로 빠르게 몰락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SNS 서비스 이용률 1위는 카카오스토리(31.5%), 2위는 페이스북(28.0%), 3위는 트위터(19.4%)였다. 싸이월드는 이용률 17.0%로 4위에 그쳤다. 격차는 다음 해 더 벌어졌다. 카카오스토리는 55.4%로 독보적 1위를 유지한 반면 싸이월드는 이용률 5.5%로 추락했다.

2015년 국내 SNS 이용률 2.4%까지 하락한 싸이월드에 전제완 전(前) 프리챌 창업주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전 대표는 삼성벤처투자로부터 투자금 50억을 유치하고 뉴스 선별 콘텐츠 앱 ‘큐’(QUE)를 출시하는 등 싸이월드 되살리기에 착수했다. 전 대표는 의류업체 데코앤이를 인수하고, 싸이월드를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클링’까지 내놓으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하지만 무리한 확장에 비해 수익이 적었던 싸이월드는 지속해서 경영난을 겪었다. 결국 전 대표는 직원 수십 명의 임금과 퇴직금 10억여원을 체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작년 11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 회복 기회 부여’를 이유로 전 대표를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싸이월드의 부활은 요원해보였다. 싸이월드에는 사진 170억장, 음원 MP3파일 5억3000만개, 동영상 1억5000만개 등이 저장돼있다. 모두 이용자의 추억이다. 많은 이용자가 직접 백업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어려웠다. 싸이월드 홈페이지가 공지 없이 접속 장애나 로그인 오류를 수시로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래도 많은 이용자가 싸이월드가 부활하길 원하고 있다. 작년 6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싸이월드 부활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는 “누구에게는 사진첩, 누구에게는 일기장, 누구에게는 자녀 성장앨범인 싸이월드를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총 2344명이 동의했다.

싸이월드의 새 주인인 싸이월드Z는 모바일 시대에 적응함으로써 싸이월드 서비스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싸이월드Z는 올해 상반기 내로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싸이월드3.0 베타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새 싸이월드는 도토리 대신 암호화폐를 재화로 이용한다. 이를 두고 오종원 싸이월드Z 대표는 "진화한 '도토리'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도토리라는 이름은 SK커뮤니케이션즈의 상표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