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의원 넷 중 하나 농지 소유...농지법 위반 의심 의원도 8명

2021-02-02 00:00
경실련, 1일 '21대 의원 농지 소유 현황' 발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 농지소유 현황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호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왼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넷 중 한 명이 농지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고위 공직자 열 명 중 네 명이 농지를 소유한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었지만, 여야 의원도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21대 국회의원 농지소유 현황'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의원 300명 본인 및 배우자 농지(전답·과수원) 소유 실태를 발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의원 300명 중 4분의 1에 달하는 76명(25.3%)이 농지를 보유했다. 개인별로는 1인당 평균 약 1592평(0.52㏊)·1억7500만원의 농지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별 소유현황을 보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강원 평창에 3만4836평(11.5㏊)을 보유, 가장 넓은 농지를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박덕흠 무소속 의원이 강원 홍천에 배우자 명의로 1만669평(3.52ha)을 보유했고,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충북 진천에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6222평(2.05ha)의 농지를 소유했다.

경실련은 이들을 포함해 1㏊ 이상의 농지를 소유한 국회의원이 8명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들이 상속받았음에도 농업경영을 하지 않았다면 농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현행 농지법 7조(농지소유상한)는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하고도 농업경영을 하지 않는 사람은 상속 농지 중 1ha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면적이 아닌 가액으로 따질 경우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경남 창원에 15억800만원(3251평)에 달하는 가장 비싼 농지를 소유했다. 이어 같은 당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부산 해운대에 본인 명의로 9억9700만원(317평)에 이르는 농지를 보유했다.

이에 경실련은 "농지 가격이 100만원 이상이라는 것은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가 의심되며 농지 전용의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정당별로 의원 소유 농지 면적과 가액을 보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총 7만2941평·86억7100만원의 농지를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집권여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총 3만6770평·38억4100만원의 농지를 가졌다.

경실련은 또 "각종 개발사업으로 농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향후 투기 의혹이 의심되는 의원을 상대로 취득 경위와 이용 실태를 질의한 뒤 고발 등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