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골프장 '방 빼' 전쟁, 新 사업자까지 가세

2021-01-27 08:00
인천국제공항公 vs 스카이72
新 사업자 KMH신라레저 가세
"체육시설업 등록 취소 요청"
스카이72 "新 사업자 권리 없어"

[사진=스카이72 제공]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가게 좀 빼 달라"고 이야기한다. "계약은 만기 됐고, 다른 임차인과 계약했다"는 것이 임대인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 임차인은 나갈 생각이 없다. 명도소송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임대인과 다른 임차인 입장에서는 답답하지만, 아무리 원해도 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현 임차인의 물건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그대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에 대입해보면 새로운 상황이 펼쳐진다.

임대인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다. 현 임차인은 스카이72, 새 임차인은 KMH신라레저다.

물건은 공항공사의 활주로 예정 용지다. 2002년 공항공사와 스카이72가 실시협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이다. 스카이72는 이 땅에 72홀 골프장과 연습장 등을 짓고 운영했다.

맺을 당시의 계약이 민간투자(BOT) 방식인지, 단순 토지 임대 계약인지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BOT 방식이 인정될 경우 스카이72가 세운 모든 것(클럽하우스 등)을 공항공사에 토지와 함께 무상으로 넘겨야 한다. 문제는 BOT가 정부·지자체에서 시행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스카이72는 "공항공사는 정부·지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BOT 방식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만약, 단순 토지 임대 계약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무상으로 넘길 필요가 없다.

공항공사는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입찰을 진행했다. 지난해 9월 29일 입찰 결과 KMH신라레저가 새 임차인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스카이72는 "지상권과 유익비 등의 가치는 1570억원이다"고 불복했다. 이에 공항공사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지난 6일 공항공사가 인천지방법원에 '토지 반환과 소유권 이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스카이72는 '지상물 매수 청구권'으로 받아쳤다.

지난 19일에는 공항공사가 인천광역시에 "스카이72가 무단·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다"며 체육시설업 등록 취소를 요청했다. 이어 "이용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장과 연습장의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 임대인과 임차인의 부동산 계약이라 가정했을 시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명도소송이 끝나야 임차인의 물건도 옮기고,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다리던 신규 임차인도 화가 났다. 계약은 했는데 약 한 달째 골프장에 발도 디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KMH신라레저 측은 "퇴거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시설 개보수 및 지역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마케팅 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치가 조속히 진행되지 않고, 거부될 경우 행정소송을 포함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항공사와 KMH신라레저의 계약에는 '제소전화해조서'가 포함돼 있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제소전화해조서'에 따라 KMH신라레저는 공항공사와 스카이72의 분쟁이 끝날 때까지 임대 지연 및 임대 기간 단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스카이72 관계자는 "분쟁은 우리와 공항공사의 문제다. 새 사업자인 KMH신라레저는 법적 분쟁이 종료될 때까지 아무런 권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간다. 임대인은 한 명이고, 임차인은 두 명이다. 계약이 종료됐지만, 권리를 주장하며 영업 중인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했지만, 영업하지 못하는 임차인이 있다. 이제는 법원의 판결에 달렸다. 기나긴 소송전은 기정사실화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