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장기화에 FI들 '부담'
2021-01-25 19:00
3월 ICC 중재법원 공판서 결론 못낼 전망
펀드 청산 지연에 투자자에게 수익 못나눠
펀드 청산 지연에 투자자에게 수익 못나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교보생명 재무적 투자자(FI) 간 풋옵션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는 3월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법원의 공판에서 결론을 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 청산으로 투자자에게 수익을 나눠줘야 하는 FI 입장에서는 갈등 장기화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CC는 FI가 신 회장 측을 상대로 신청한 국제중재의 최종 공판을 진행한다. 이는 2019년 3월 FI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산정한 교보생명 공정시장가치(FMV) 평가보고서를 근거로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ICC는 이번 공판에서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었지만,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론을 유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ICC는 지난해 9월 FI의 제소건에 대해 국내에 조사관을 파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입국을 못 하면서 화상회의 등 비대면 조사만 진행했다.
하지만 IB업계는 현장 검사 미비보다는 검찰이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FI와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를 기소한 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딜로이트안진이 FI에 유리하게 FMV를 산정했다는 결론을 검찰이 내면서, 교보생명이 같은 혐의로 미국에 고발한 건 역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ICC의 중재 결정이 지연되면 신 회장 측보다는 FI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FI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IMM프라이빗에쿼티·베어링PEA·싱가포르투자청으로 구성됐다. 싱가포르투자청을 제외하면 투자자 자금을 모집해야 하는 사모펀드다. 사모펀드는 만기에 수익을 분배하겠다는 약정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한다. FI가 신 회장과의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풋옵션을 대가로 모집한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할 수 없다.
FI 역시 ICC의 중재 결정 연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FI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 사안의 본질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제 중재 재판으로, 풋옵션 행사 시 가격산정의 적정성은 국제 중재 재판에서 가려져야 한다"며 "검찰의 기소로 국제 중재 재판의 쟁점이 흐려지는 데 상당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소송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지배구조 변동 요인이 없는 신 회장 측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경우 빠른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해야만 투자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신 회장은 최종 판결까지 교보생명의 경영권 변동 부담이 없어 장기 대응에 불리할 것이 없다"며 "이 때문에 2018년 FI가 풋옵션을 행사한다고 했을 때 신 회장 측이 취했던 전략도 장기화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