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어피니티 갈등 분수령]①교보생명, 당국·회계협회 진정서 제출…FI, 검찰 기소 선 긋기
2021-03-05 08:00
양측 입장 엇갈려…ICC 2차 청문회 15일 개최
풋옵션 가격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교보생명과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의 2차 청문회를 앞두고 장외 설전을 벌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금융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FI와 교보생명 가치를 부풀린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FI는 1월 검찰 기소와 풋옵션은 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에 잇달아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지난 1월 검찰의 FI 기소에 따라 금융당국과 회계사회가 딜로이트안진을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월19일 딜로이트안진이 FI에 유리하게 교보생명의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정한 것으로 보고 딜로이트안진 임원 3명과 FI 관계자 2명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딜로이트안진이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하면서 행사일(2018년 10월 23일)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2017년 6월에서 2018년 6월까지 유사 기업들의 평균 주식 가치를 기준으로 삼은 것을 지적했다. 풋옵션 행사일을 변경하면서 딜로이트안진이 책정한 교보생명의 주당 가치는 40만9000원이었다. 이는 신 회장 측이 주장한 주당 20만원대를 두 배가량 상회하는 액수다.
교보생명은 FI와의 풋옵션 가격에 갈등의 핵심이 회사 FMV에 있다는 입장이다. FI가 딜로이트안진을 통해 FMV를 높게 산정하고, 이를 빌미로 풋옵션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FI가 요구한 풋옵션 희망가격은 주당 40만9000원이다. 이는 2011년 당시 FI들의 지분 매입가(주당 24만5000원, 총액 1조2054억원)보다 8000억원가량 많은 수준으로, 교보생명 측이 주장하고 있는 주당 20만원대의 두 배 수준이다.
반면, FI 측은 검찰의 기소에 대해 풋옵션 문제로 확산되지 않도록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FI 측은 '교보생명 풋옵션에 대한 6가지 오해와 진실'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현재 검찰도 가격을 문제삼는 것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비상장사인 교보생명의 가치는 시장에서 정해진 가격이 없으므로 이를 산정하기 위한 방법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간계약에 모두 정해져있던 대로 쌍방이 같은 날 평가액을 제출할 의무가 있다"며 "재무적 투자자들은 이러한 계약서에 따라 평가기관을 지정해 가격 산출을 의뢰했고, 딜로이트안진은 회계법인의 전문성과 기존에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통상적인 공식으로 가격을 산출했다"고 주장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의 2차 청문회가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만큼, 교보생명은 검찰 기소를 부각시켜 FI의 FMV 산정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딜로이트안진이 산정한 FMV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불리해지는 FI 입장에서는 검찰 기소 문제를 축소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