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FI, ICC 변론 개시…풋옵션 유효성·검찰 기소 쟁점 될 듯
2021-03-14 20:28
중재 결론 전 마지막 변론…ICC 6개월 내 결론 전망
2조원 규모의 풋옵션을 두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과의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중재재판 청문회가 15일부터 닷새간 진행된다. 이번 청문이 ICC의 중재결정 전 마지막으로 양측의 의견을 묻는 절차인 점을 감안하면, 양측의 공방전이 과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청문에서는 핵심 쟁점은 FI가 행사한 풋옵션의 유효성과 풋옵션 가격 산정 과정의 적법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 측은 최근 검찰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과 어피니티 임원에 대한 기소를 중점적으로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FI는 신 회장 측이 풋옵션 요구가 정당하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변론··· 신창재 측 "FI 공정가치 부풀려 산정" vs FI "신 회장이 IPO 약속 어겼다"
ICC는 15일부터 19일까지 비대면(화상회의)으로 신 회장 측과 FI의 2차 청문회를 개최한다. 앞서 ICC는 지난해 9월 코로나19 확산으로 1차 청문회를 비대면으로 실시한 만큼, 이번 2차 청문회는 대면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자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ICC는 이번 청문을 마지막으로 양측의 변론을 마무리한 뒤 3~6개월 내에 중재결론을 낼 계획이다.
양측은 이번 청문에서 풋옵션의 유효성과 가격에 대해 집중적으로 변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이번 청문에서 검찰의 딜로이트안진과 어피니티 임원에 대한 기소를 이유로 부풀려진 풋옵션 가격의 부적절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월 딜로이트안진이 FI에 유리하게 교보생명의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정한 것으로 보고 딜로이트안진 임원 3명과 FI 관계자 2명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교보생명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FI들이 맺은 주주 간 계약상 투자자 측이 풋옵션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딜로이트안진이 투자자들에게 유리하게 FMV를 산정했다고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FI는 신 회장 측이 의도적으로 약속했던 기업공개(IPO)를 미뤄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FI는 2012년 신 회장 측과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할 때 풋옵션이 포함된 주주 간 계약(SHA)을 체결했다. FI는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IPO를 하기로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풋옵션 2조원 규모 양측 사활 걸어야
2조원에 달하는 풋옵션 규모에 신 회장 측과 FI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 회장 측은 중재 결과 FI가 요구하는 2조원의 풋옵션을 지급해야 할 경우 지분 매각이 불가피해 지배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 현재 신 회장의 교보생명 지분은 36.91%(특수관계인 포함)이다. 산술적으로 신 회장이 2조원 규모의 풋옵션을 지분으로 지급하면 5% 가까이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아니면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FI 역시 이번 중재 결정이 신 회장 측에게 유리하게 결론이 날 경우 타격이 크다. FI는 싱가포르투자청을 제외하면 투자자 자금을 모집해야 하는 사모펀드다. 사모펀드는 만기에 수익을 분배하겠다는 약정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한다. FI가 신 회장과의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풋옵션을 대가로 모집한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할 수 없다.
IB 관계자는 "사실상 이번 청문이 신 회장 측과 FI의 마지막 변론 기회인 만큼, 양측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청문이 검찰의 기소와 풋옵션 미이행 사유에 대한 변론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