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자영업자 보상법 충실 논의"… 재원은 여전히 고심

2021-01-21 16:08
정세균 총리 "기재부의 나라냐" 격노
"충실 논의" 입장 재차 밝혔지만 재원은 미지수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정세균 총리와 기획재정부의 갈등으로 번질 뻔했던 '자영업자 보상법' 도입 논란이 일단락됐다. 정 총리는 기재부에 관련 법안 마련을 재차 주문했으며,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충실히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손실보상법을 도입할 경우 재원 마련 문제가 남아 있어 기재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기재부에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보상해줄 법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정 총리는 "정부가 방역을 위해 수시로 영업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희생을 계속해서 강요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정부가 정한 방역 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분들을 위한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20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영업자 영업 금지·제한은 방역 목적으로 천재지변과는 다르다"며 "정부는 국회와 함께 국민들에게 합법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제27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브리핑에서 자영업 손실보상법에 대해 "논의 동향과 해외 사례를 충분히 살펴보겠다"며 "해외의 경우 법제화한 나라를 찾기 쉽지 않고 법정화된 내용보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가지고 적기에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원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의 이 같은 답변은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 보상을 법으로 정해놓는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난색을 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 "헌법 정신에 따라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게 저와 국회의 생각인데 정부 일각에서 부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의아스럽다"며 "개혁을 하는 과정엔 항상 반대 세력, 저항 세력이 있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총리는 김 차관의 발언을 전해 듣고 "기재부의 나라냐"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관이 총리의 발언을 반박하는 모양새가 연출되자 기재부는 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기재부는 밤늦게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해 "브리핑에서 언급한 자영업 손실보상 법제화는 해외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소개한 것"이라며 "법제화를 반대한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어 21일 국민경제자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 총리 지시대로 국회에서 충실히 논의하겠다"고 재차 입장을 정리했다.

자영업자 보상법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실제로 법안을 제출하고 도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재원 마련을 두고 '진짜' 갈등이 시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체적인 보상 방안은 입법 단계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는 이미 여당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집합금지 업종에 손실 매출액의 70%를, 영업제한 업종에는 60%를, 일반업종에는 50%를 보상하도록 규정했다. 같은 당 강훈식 의원은 최저임금과 임대료 등을 차등 지급하는 안을 내놨다.

지원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강 의원 안은 월에 1조원 이상을, 민 의원의 안은 24조원 이상이 소요된다. 의원 발의안에 추산된 비용이 축소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로는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1차적으로 해외 사례를 검증했다는 설명을 드린 것"이라며 "해외 사례와 한국의 법 제도가 다른 부분이 있는 만큼 한국 현실에 맞는 방법을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