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성과급 '200%+α'로 노조 총파업 막았다

2021-01-20 11:20
13시간 끝에 중노위 '조정성립'…양측, 일부 합의
사무전환직 근속인정 관련 '즉시논의'로 극적타결
업계 "사측이 밀린 모양새…은행권 사례 남을 듯"

서울 여의도 소재 KB국민은행 본점. [사진=국민은행 제공/자료사진]

[데일리동방] KB국민은행 노사가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 끝에 '성과급 200%+α'의 합의점을 찾고 갈등을 봉합했다. 노조의 요구가 일부 수용된 것을 두고 업계는 "사측이 밀렸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신청한 조정이 가까스로 성립해 우려됐던 총파업을 막았다는 평이 따른다.

20일 중노위와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부터 열린 '국민은행 노동쟁의 조정신청 사건'에 대한 조정 회의는 허인 국민은행장과 류제강 노조위원장 등이 동석해 조정 마감기한 30분을 남긴 밤 11시 30분이 돼서야 마쳤다. 통상 기관장의 대리인이 참석하는 중노위 회의석상에 허 행장이 직접 나선 만큼 노사 갈등의 진화 여부가 관전포인트로 지목됐다. [관련기사:본보 1월19일자 국민은행 노사 중노위서 '담판'…총파업 고비 넘을까]

양측의 핵심 쟁점은 지난해 말부터 임단협 교섭건으로 제시된 '연말 특별 보로금(성과급) 인상 지급안'이었다. 노사 양측은 이번 1, 2차 중노위 조정에서도 좀처럼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중노위 규정상 조정 마감 기한인 당일 24시를 넘겨 추가 조정에 돌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노조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창구 직원 등의 노고로 호실적을 유지했다는 근거를 내세워 기본급의 200%에 해당하는 기존 성과급을 300%로 올려 지급하라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사측은 경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불수용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이 팽팽했음에도 노사 대표는 수차례 회의와 심층 논의 끝에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보로금 200%+격려금 150만원'의 조정안에 합의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노위에서는 국민은행의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LO직군 관련 근무경력 비율을 조정하는 안건도 다뤘다. 노조 측은 경력의 75%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사측이 제기한 50% 비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협상 파행이 반복됐다. 이 안건에 대해 중노위는 별도 태스크포스(TF)팀에서 다룰 것을 제안했고 노사는 즉각 논의할 것에 동의했다.

채용비리 이슈에 대해서는 조정 시간이 부족해 결론을 맺진 못했어도 양측의 향후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다른 은행 보다 훨씬 많은 채용비리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피해자 구제안 마련 등과 관련해서는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중노위 조정이 성립된 배경에 대해 허 행장의 '현장 리더십'이 통했다는 의견과 더불어 사측이 노조 측에 밀려난 모양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행장이 세종시 소재의 중노위를 직접 찾아가 13시간 마라톤 회의에서 자리를 지켰다는 것은 다른 은행과 비교되는 대목"이라면서도 "코로나 시국에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노조의 강경 모드에 은행 측이 결국 끌려간 양상은 동종 업계의 선례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노위 관계자는 "보통은 기관장이 위임한 대리인이 참석하거나 실무진 선에서 회의에 참석하는데 국민은행의 경우 은행장이 자리에 남아 서명하고 갔다"며 "공익위원들과 함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중노위 조정 성립에 따라 국민은행은 지점장급 이하 직원 인사 등 임단협 문제로 지체된 연초 현안들을 조속히 해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