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아방강역고-21] 20세기 초에도 만주는 우리땅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 간도 지역은 고구려와 발해의 옛 땅이다. - 한국학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악마는 프레임에 있다. 만주는 20세기 초에도 한국 땅인데 아득한 옛 고구려 발해 시대에만 가둬두는 프레임, 그 악마의 프레임을 깨뜨려라. -강효백, 『新아방강역고』, 2021년
◆만주를 잃지 않으려면 잊지 않아야 한다.
한국과 중국 사이(間)에는 섬(島)이 있다. 간도(間島)다. 간도는 주위가 물로 둘러싸인 예사 섬은 아니다. 간도는 사방이 동북아 민족의 혈사(血史)로 에워싸인 ‘역사적 섬(Historic Island)’이다.
바다의 섬들이 21세기 세계 각국에게 그 중요성이 갈수록 두드러지는 땅이라면, 대륙의 섬 간도는 대한민국에게 체념과 망각의 피안 너머로 사라지게끔 해서는 안 될 우리의 소중한 옛 영토이다. 잃지 않으려면 잊지 않아야 한다.
간도라는 지명의 유래는 만주족의 청 나라가 중원을 석권한 뒤 랴오닝성과 헤이룽장성의 중북부지대를 봉금지역으로 정한 것에서 기인한다. 즉, 간도는 세계 역사상 최장 최대의 비무장지대(DMZ)였던 셈이다. 지금의 랴오닝, 헤이룽장성의 남부 지역은 조선땅이었다.
원래 연변조선족 자치주 이북지역에 위치해 있었던 간도가 19세기 후반에 이르자 남만주 지역으로 축소 후퇴해 원래의 간도지역은 북간도로, 두만강 이북은 동간도로, 압록강 이북의 서간도로 불리기 시작했다.
∙ 일제는 1905년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뒤 간도를 청 나라에 넘겨주는 간도협약(1909년 9월 4일)을 체결했다.- 두산백과
◆간도 100년 시효설은 허구
그런데 무엇보다 우선 척결해야 할 것은 ‘간도 100년 시효설’이다. 영토를 점유한지 100년이 지나면 나중에 무효로 할 수 없다는 고약한 괴담이 우리나라에 정설로 둔갑해 창궐하고 있다.
국민들 다수는 간도가 중국으로 넘어간 지 100년이 지났으니 간도는 영원히 중국 땅으로 굳어져 버렸다고 탄식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국제법상 영토 문제는 시효가 없다는 것이다. 일제가 1909년 간도협약을 체결한 바탕이 된 1905년 을사늑약은 강압에 의한 것으로 원천 무효다. 정부는 간도협약이 무효임을 선언하고 국민 모두가 '만주는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도록 널리 알려야 한다. 만주를 잃지 않으려면 잊지 않아야 한다.
아득한 옛날 고구려 발해 고토는 우리땅 백만번 외쳐보았자 아무 소용없다.
20세기까지 만주가 한국땅이라는 인식은 남북통일과 대륙으로 뻗어 나아갈 대한의 영토의식 함양 뿐만 아니라 국제법상으로도 유리하다.
즉, 1909년 간도협약체결 직전까지 다렌-선양-하얼빈 선을 잇는 선의 중남부 만주는 대한제국의 직·간접 통치지역이었다.
이에 관한 증거는 많지만 다음 1903년 중국제작과 1905년 일본제작 두 지도 강철증거만을 들겠다.
◆1903년에도 만주는 한국땅 (대청제국 우정국 제작지도)
<대청우정공서비용여도(大清邮政公署备用舆图)> 140.5cm×139cm ，1903년（광서 29년） 5월 15일 대청제국 세관총국과 우정총국 Inspectorate general of customs and post postal secretary's office） 上海东方出版社（Oriental press, Shanghai) 제작, 미국 하버드대학 소장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첫째는 <대청우정공서비용여도(大清邮政公署备用舆图)>다. 1903년 5월 15일 대청제국의 세관총국과 우정총국에서 제작했다.
청 나라 전국 우편망이 표기돼 있다. 중국어와 영어로 인쇄되고 검정과 빨강으로 2도채색된 대형지도엔 성회(省會, 도청소재지격), 부(府), 주(州), 현(縣)등 행정단위 외에 우체국과 속달, 전보국 분포를 명기했다. 지도 왼쪽상단 부분엔 별도로 다렌-선양-하얼빈을 잇는 만주 중북부의 우편망이 표기돼 있으나, 이는 1903년까지 랴오닝성과 헤이룽장성 중남부와 지린성 전역이 한국 땅임을 중국 정부가 공인하고 있는 강력한 물증이다
필자가 이 지도를 입수한 10여년부터 국내 권위 사학자들에게 보여주며 감정을 의뢰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일본이나 미국 유럽에서 제작된 지도라면 몰라도, 어찌 중국 지도를 어찌 믿을 수 있나요?”였다.
필자가 "청 나라 우정국에서 제작한 공식지도"라고 주장해도, "20세기 초 청 나라가 나라였습니까? 전부 다 가짜입니다. 객관적 사실을 냉철히 보세요! 지나친 국수주의는 해롭습니다.”라는 대답만 돌아왔을 뿐이다.
대청제국이 1903년에 제작한 지도를 믿지 못하겠다면, 이제 ‘대일본제국’이 1905년에 제작한 지도를 사상 최초로 공개하겠다. 이제는 또 어떤 궤변으로 20세기 초에도 만주는 한국 땅임을 부정할 것인가? 고견을 듣고 싶다.
◆1905년에도 만주는 한국 땅 (일본 제작 <대청국최신도>)
일본제작 大淸國最新圖, 1905년 (明治38년, 光瑞31년) 제작 가로100cm x 세로100cm 일본 도쿄도 교바시(京橋)구 현 중앙구 中央区 소재 进世堂발행, 4도칼러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1905년, 일본에서 제작한 가로, 세로 1m의 대형 채색지도< 대청국최신도(大淸國最新圖)>는 21세기 현대지도와 비교해서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 과연 당시 일본의 문물은 세계 최고 선진 수준이었다. <대청국최신도>엔 청 나라 수도 북경과 20개 성(省)과 성도, 유명도시, 직할지(직예)(1), 주요도시, 만리장성, 대운하, 도로, 철도, 항로, 부두, 군항 뿐만 아니라 금·은광, 철광, 두유, 차, 소금, 비단, 벼와 밀 특산지 등 23종의 중국의 자원 분포도가 세세히 명기돼 있다.
그러나 <대청국최신도>의 최대 특징 중 하나는 인접국과의 국경선과 중국내 성(省)별 지방구획이 명확히 표기돼 있다는 것이다.
이 지도 오른편 상단을 똑똑히 보자. 대한제국과 대청제국의 국경선은 랴오허(遼河) 유역으로 표기됐다. 다산 정약용 저서 '아방강역고'의 “만리장성의 남쪽에 있는 나라를 중국이라 하고 요하 동쪽에 있는 나라를 동국(한국)이라 한다"는 말과 일치한다.
즉 일본제작 <대청국최신도>는 1905년 당시 만주 북부는 진공 상태였고, 만주 중남부는 여전히 한국의 판도였음을 증명해주는 셈이다.
◆한·중·일·영·불 5개국 지도, 만장일치로 ‘만주는 확실히 한국 땅’ 증언
상술한 두 지도를 다시 다음 18세기 중엽의 영국(1745년), 조선(1757년), 프랑스(1771년) 권위 지도들과 비교해 재검증해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종합해보면 이들 한·중·일·영·불 5개국의 5개 지도가 만장일치로 18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까지 “만주는 확실히 한국 땅이었음”을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맨왼쪽)1745년 영국의 수로학의 권위자이며 세계적인 지도제작자인 토마스 키친(Thomas Kitchin)이 제작한‘A Map of QUAN-TONG or LEA-TONGE PROVINCE ; and the KINGDOM of KAU-LI or COREA’ 지도. 동해를‘SEA OF KOREA’라고 표기했다. 중국과 한국의 국경선이 압록강, 두만강 이북에 형성 된 것으로 나온다. 경희대 부설 혜정박물관 소장. (가운데) 1757년, 조선후기 대표지도 <동국대지도> 채색 필사본, 세로 272.7×가로 147.5㎝, 보물 제1538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맨오른쪽)1771년, ‘본 도법(Bonne’s projection) ’으로 프랑스의 유명한 지도학자 본(R. Bonne)이 제작한 ‘CARTE DE LA TARTARIE CHINOISE’ 지도. 본 도법은 원추도법의 일종으로 아시아 동부, 유럽 전도 등 대륙 지도에 가장 많이 사용되며, 면적이 바르게 표현되어 있다. 경희대 부설 혜정박물관 소장[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주석
(1)**직예(直隸)는 우리나라의 경기도 격으로 수도권 관할지역은 지금의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성(河北省) 대부분과 허난성(河南省) 산둥의 일부를 포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