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ESG 경영’ 확산 빨라졌다...SK하이닉스, 1조원 규모 그린본드 발행

2021-01-14 18:14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기업 중 최초…수질 관리·에너지 효율화 등 친환경 사업 투자 활용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꾸준히 강조해 온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연초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그린 본드(Green Bond)를 발행한다고 14일 밝혔다. 그린 본드는 환경친화적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한 용도로만 쓸 수 있는 특수목적 채권으로, SK하이닉스는 반도체에 필수적인 물 관리 사업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7일 SK이노베이션은 최대 1조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해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제2공장 투자 계획을 밝혔다. 뒤이어 이번에 SK하이닉스까지 그린본드 발행에 동참하면서 최 회장이 지난해부터 계열사 사장단 등에게 강조해온 ESG 경영을 위한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 실행이 올해부터 그룹 곳곳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열고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 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 실행계획이 담긴 파이낸셜 스토리로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를 양 날개로 사업 경쟁력을 공고히 하면서 ESG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SV) 창출에도 적극 나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 비전을 밝혔다. 올해부터 이를 본격적으로 실행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확보해 기업가치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경기 이천시 소재 SK하이닉스 본사 전경 [연합뉴스]


실제로 최근 세계 유수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ESG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애플, TSMC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RE100(재생에너지로 100% 전력 공급하겠다는 선언)에 참여하고 ESG 채권 발행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말 SK 주요 관계사들과 함께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에 동참했다.

이번 그린 본드에는 전세계 230여개 기관 투자자로부터 54억 달러의 주문이 몰렸다. 이에 따라 회사는 당초 5억 달러 수준으로 계획했던 발행 규모를 10억 달러로 대폭 늘렸다.

SK하이닉스는 그린 본드로 마련한 재원을 수질 관리, 에너지 효율화, 오염 방지, 생태환경 복원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성이 매우 높은 물 관리를 위해 신규 최첨단 폐수 처리장 건설과 용수재활용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IT 산업 전반의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저전력 SSD(낸드 기반 저장장치) 개발 사업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대표적인 저장장치 중 하나인 HDD(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를 SSD로 대체해 가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 기술력의 진보는 물론 IT 기기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 환경 분야 사회적 가치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다. HDD를 저전력 SSD로 대체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3% 이상 저감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장혁준 SK하이닉스 재무담당은 “ESG 경영을 선도하는 메모리반도체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 EV(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SV(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데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