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 인텔 파운드리 아웃소싱 품을까

2021-01-11 20:50
대만 TSMC, 7나노 이하 생산 라인 포화… 분리 생산 맡길 가능성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예고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아웃소싱을 따낼지 주목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이달 중 파운드리를 외부업체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텔은 오는 21일로 예고된 작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아웃소싱 여부를 공식화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지난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인텔이 삼성전자, TSMC와 일부 칩 생산 아웃소싱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면서 2주 내에 인텔이 최종 결정을 내리고 이를 발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텔이 아웃소싱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반도체 생산 기술이 예전만 못하다", "7nm(나노미터·1nm=10억분의1m) 이하 미세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텔은 회로 선폭 10나노미터 공정에서 제품을 양산 중이다. 선폭이 좁을수록 더 작고 효율성 높은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인텔은 파운드리 기술력 저하를 지적받고 있다. 작년 미국의 한 행동주의 펀드는 "인텔이 삼성과 TSMC 등에 밀려났다며 전략적 대안을 모색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여러 압박에 내몰리자 지난해 10월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 1월 말까지는 자체적인 7나노 생산능력을 확대할지 파운드리업체에 위탁생산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인텔이 7나노 이하 제품을 같은 종합반도체회사(IDM)인 삼성전자보다 파운드리 전문인 TSMC에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TSMC의 7나노 이하 생산 라인이 포화상태라, 인텔이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에 분리 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반도체 황제'로 불리는 인텔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는 한층 힘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TSMC와의 파운드리 격차를 좁히기 위해 첨단공법에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은 5나노까지 기술경쟁에서 TSMC에 밀린다는 평가였지만, 3나노부터 현재 핀펫(FinFET) 구조보다 앞선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Gate-All-Around)' FET 공정으로 TSMC와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만 언론 디지타임스는 TSMC가 기술적 문제와 EUV 장비 도입 지연 등으로 3나노 공정 개발 연기설을 제기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술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이 작년 14조원에서 올해 최대 20조원까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10㎚ 이하 초미세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삼성전자, TSMC 두 곳밖에 없다"며 "파운드리 전문인 TSMC의 기술력과 시장 지위를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넘어서긴 쉽지 않지만 인텔의 아웃소싱을 따낼 경우 시장 판세는 확 달라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4일 평택사업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반도체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