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정인이들…가해자는 어떤 처벌을 받았나

2021-01-08 14:27

지난 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정문 앞에 아동학대로 사망한 정인이를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양부모에게 학대를 받아 사망한 '정인이' 사건은 모두의 공분을 샀다. 방송보도로 인해 알려진 정인이 사건 외에도 학대를 받고 사망한 아이들은 많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2019년 4월 26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그는 "사망한 아이가 아픈 기억을 잊고 하늘에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며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A씨는 아직 보호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40대 위탁모였다. 그는 생활비 조달을 위해 '인터넷 사이트에 아이를 싸게 돌봐준다'는 글을 올리고 연락이 온 부모들로부터 돈을 받아 주중에는 24시간 어린이집에서 양육하게 하고 주말에는 자신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방식으로 위탁모로 일했다. 그러나 그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로 아이 2명에게는 고문에 가까운 학대행위를 했고, 한 아이는 구타 뒤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그는 2018년 10월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14개월 여아에게 물을 최소한으로 주고 머리와 엉덩이를 걷어차고 손으로 때리는 등 폭행을 저질렀다. 아이는 9일간 음식과 물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지 못했다. 이 아이는 만 9개월일 당시 11㎏이었으나 사망 당시인 만 14개월에는 체중이 약 10㎏으로 감소했다.

A씨는 아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학대행위가 발각될까 두려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는 다음날까지도 태연하게 생활하며 아이를 방치했고, 결국 뇌사에 빠진 아이는 치료도중 사망했다.

A씨는 뜨거운 물을 뿌린 것은 실수라거나 머리를 때린 것은 약한 꿀밤 수준이었다는 등 학대에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부모들이 보육료를 주지 않거나 기타 스트레스로 인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아이를 검사한 의사들은 "사망한 아이 뇌 상태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질환으로는 볼 수 없는 상태였다"며 "부 진단명으로 구타당한 아기 증후군(흔들린 아이 증후군)을 넣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머리에 강한 물리적인 힘이 작용했고,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며 "A씨가 아이를 폭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또 A씨 어머니는 A씨가 '아이가 쳐다보는 것이 싫어서 때렸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이 14개월에 불과한 아이는 A씨가 '돌아'라고 말하면 실제로 고개를 돌렸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은 학대행위로 인한 학습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A씨는 이외에도 2016년 3월 16일에는 위탁을 맡긴 15개월 남아 부모가 보육료를 제대로 주지 않자 분풀이로 목욕을 시키며 아이에게 뜨거운 물을 뿌렸다. 아이는 2주간 치료를 필요로 하는 2도 화상을 입었고 119구급대원이 병원치료를 권했으나 제때 치료도 받게 하지 않았다.

2018년 10월에는 6개월 된 여아 입을 막아 피해자 얼굴이 파랗게 변할 정도로 숨을 쉬지 못하게 하거나 물에 빠뜨리는 등 3회에 걸쳐 학대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감형돼 징역 15년을 받았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매년 발생하는 사건…양형기준 일반 법감정과 달라
실제로 이번 정인이 사건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의견들이 나온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20대 남성은 "아이를 학대해서 죽였으면 아동학대치사 최고형(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판결이 확정된 아동학대 사망사건 31건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평균 형량은 징역 7년이었다. 가해자는 피해 아동 엄마와 새엄마가 각각 9명, 아빠는 7명이었다. 피해자의 평균 연령은 5.7세였다.

앞서 A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재판부도 대법원 양형기준이 국민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아동학대치사죄 양형기준은 학대 정도가 중해도 징역 6∼10년에 해당하지만 이는 국민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한다"며 "법관에게 부여된 양형 권한은 국민에게서 온 것이고 국민 법 감정과 유리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며 중형을 선고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참혹한 사건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사법부 의지를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아동·청소년 범죄 피해자를 위해 활동해온 김예원 변호사도 '정인이법'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을 비판하며 지난 6일 본인 페이스북에 "아동학대치사 법정 상한선은 무기징역"이라며 "강한 처벌을 위해서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권고양형을 상향 조정하면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