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양향자 "기술패권 시대, 산기부총리 체제 필수…제2의 '케네디 나사·DJ 인터넷' 프로젝트 만들자"
2021-01-07 00:00
양향자 與 최고위원 인터뷰…'고졸→삼성 임원→국회의원'
"정부 부동산 정책, 큰 그림 없이 단기적 대책만" 쓴소리
올해 3대 키워드…민생 최우선·유능한 정당·국민상식 회복
중대재해법 졸속 처리 비판…"CEO 처벌만이 능사 아니다"
"전문기술보유업체 국가 인증제 필요"…전 국민 위로금 주장
"정부 부동산 정책, 큰 그림 없이 단기적 대책만" 쓴소리
올해 3대 키워드…민생 최우선·유능한 정당·국민상식 회복
중대재해법 졸속 처리 비판…"CEO 처벌만이 능사 아니다"
"전문기술보유업체 국가 인증제 필요"…전 국민 위로금 주장
[아주경제 최신형 정치팀장·황재희 기자] 꼬박 5년이 지났다. 2016년 1월 1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운명적인 만남. 당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앞두고 '고졸 신화의 경제통'인 그를 인재영입 7호로 삼고초려 했다. 꽃가마만 탄 것은 아니었다. 4년의 기다림 끝에 여의도에 입성했다. 지난해 8·29 전당대회에선 여성 몫이 아닌 '자력'으로 당 지도부에 당선됐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얘기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갈등이 최고조로 달아오른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양 최고위원은 인터뷰 직전 책 한 권을 꺼냈다. 전 세계 '정의 화두'를 던진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신작 <공정하다는 착각>. 원제를 직역하면 '능력주의의 폭정: 과연 무엇이 공동선을 만드나(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다. 그리고 혼자 제목과 부제를 몇 번이고 되뇌었다.
순간 많은 것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공정 프레임'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집권당 지도부가 임기 말 권력누수(레임덕) 문턱에서 '다시 공정이 화두다'라는 명제를 끄집어냈다. 평생 노동자로 반도체 현장을 누빈 그가 권력투쟁에서 정치의 '비천함'을 마주했을 때 느낀 감정은 어땠을까. 무릇 현실 정치란 '소망'과 '분노'가 강하게 충돌하는 야수이지 않던가.
경제 실정론의 정점에는 '부동산값 폭등'이 자리 잡고 있다. 양 최고위원은 "경제 정책을 만들 땐 '그랜드 플랜'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며 "부동산 정책에서 그게 안 보이니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 정책의 '선후 관계가 틀어졌다'는 게 양 최고위원의 진단이다. 그는 "국가의 전체적인 플랜을 먼저 만든 뒤 그 안에서 미세한 주택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젊은 세대에는 각 지역별 대학 커뮤니티를 통해 세계 석학들의 교육과 문화, 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국가 정책에 대한 비전 없이 정책만 내놓는 것은 패착"이라고 전했다.
양 최고위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핵심으로 '기술 패권 선순환 구조의 고도화 전략'을 꼽았다. 특히 "존 F. 케네디의 나사 프로젝트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인터넷 보급 같은 대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며 "핵심은 산업기술부총리(산기부총리) 도입"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산기부총리 도입은 대한민국에 퀀텀 점프할 기회를 줄 것"이라며 "이 점프를 확실하게 뒷받침할 정부 조직의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양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산업부터 정치까지 고려한 대전략 필요"
-문재인 정부 집권 5년 차인 올해는 한국 경제를 살리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불린다. 코로나19 백신부터 한국판 뉴딜 정착 등 할일이 태산이다. 여당 최고위원으로서 각오도 남다를 것 같은데.
"지난해 성과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아쉬움도 많았다. 정말 우리가 국민 상식에 부합했는지, 민생 경제를 책임질 수 있는 여당이었는지 치열하게 반성도 했다. 남북문제와 일본경제 침략, 코로나19까지 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위대한 국민의 힘으로 돌파했다. K-방역을 통해서 정부에 대한 믿음을 확실히 줬지만, 실망과 염려도 나오고 있다. 그럴수록 집권당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올해는 민생 경제 분야에서 유능한 여당인지를 입증해야 하는 해다."
-경제성장의 핵심은 '기업'이다. 다만 투자도 소비도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이나 한국판 뉴딜 등 부양책을 쓴다고 소위 약발이 들지는 상당히 의문이다.
"한국판 뉴딜 정책이 성공해야 기업 활동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소비 진작에 따른 선별지원 등은 기업도 환영할 일이다. 기업에도 계속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하나의 예로 최근 국회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도 기업을 옥죄는 것이 아니라고 설득했다. 특히, 지역뉴딜의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광주의 경우에는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패키지 3법'을 발의했다."
-평소 기술 패권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술 패권 선순환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기본 공식이다. 확보한 기술력으로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다시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국부를 증진해온 기술 패권의 선순환을 고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열렸지만, (역으로) 그만큼 경쟁이 더욱 심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쟁에서 다시금 살아남으려면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산업·통상·외교·정치·기술 모든 것을 고려한 대전략을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기술패권 시대…컨트롤타워 재정립해야"
-산기부총리의 필요성을 주장한 이유인가.
"기술 패권 선순환을 위해서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나사 프로젝트'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인터넷 보급'과 같은 대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기술 베이스를 끌고 갈 산기부총리가 필요한 이유다. 또 다른 의미는 대한민국이 퀀텀 점프할 기회라는 것이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기술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파격적으로 해주고 불필요한 규제는 빠르게 없앨 수 있는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여야가 오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 처리를 약속했다. 산업 현장에 오래 있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30년 동안 산업현장에 있었다. (일각에서는 나를) 마치 경영자처럼 여긴다. 28년 동안 노동자였고 2년 남짓 임원을 했다. 노동자 당시 산업 현장에 있으면서 겪어왔던 고통과 어려움, 위험한 작업환경 이런 것을 후배들에게 대물림하지 않아야 한다고 매 순간 다짐한다. 일하는 노동자들이 시스템에 의해 안전할 것이란 확신이 있을 때 제품의 질이 높아지고 행복을 느낀다. 필요하고 중요한 제정법이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이 기업도, 노동계도 만족하지 못한 '누더기 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플랜B(전문기술보유업체에 대한 국가 인증제)'를 제안한 이유가 있나.
"중대재해법을 만들 땐 회색 영역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 사고는 책임이 불분명한 곳에서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처럼 비용 투입 없이 영세업체를 쓰게 되면 결국 비전문가를 채용해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이럴 경우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책임과 의무가 명확해야 한다. 전문기술보유업체 인증제를 도입하면 사고가 많이 줄어들고 책임과 의무가 명확해진다. 인증업체 조건은 대통령령에 위임해 그 자격 조건과 규정을 정하고, 사업주가 안전 인증을 받은 하도급업체에 관련 업무를 위탁할 때 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주는 방향으로 설정하면 된다."
◆"전 국민 재난위로금 당장 논의하자"
-오는 4·7 재·보궐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최대 격전지는 서울이다. 사실상 부동산 선거로 흐르지 않을까.
"서울은 1950∼1960년 전후 세대들이 황폐해진 국가를 재건하고자 시골에서부터 서울로 와서 만든 위대한 도시다. 그런데 우리는 한 번도 그들에 대해 감사함이나 자랑스러움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 현재 이들의 꿈은 자녀들이 잘사는 시대를 만드는 것일 텐데, 그러려면 서울에 비전이 있어야 한다. 일자리와 부동산, 문화‧예술 등 모든 것을 포함한 그랜드 비전 플랜을 세워야 한다. 또 서울에 거주하지 않아도 되는 5060 은퇴자를 위해서는 근교 도시나 지방 등에 새로운 주거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의료와 커뮤니티, 문화생활, 일자리 등이 포함된 도시를 만드는 플랜이 필요하다."
-전 국민 재난위로금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급) 규모가 파악돼야만, 세부적인 추경안이 나올 수 있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기준이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파급 효과나 경제 활성화 부분의 효과를 감안하면 좋을 것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소비 진작과 경기 부양의 당위성뿐 아니라 지난 1년간 코로나19 가시밭길에서도 정부를 믿고 따라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보답 차원이다. 지금 시점에서 논의를 해야 곧 지급될 3차 재난지원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와 '재정 건전성' 사이의 딜레마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일각에선 정부가 미래세대에 빚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금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전통적인 균형재정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상의 범주를 뛰어넘는 양적완화나 중앙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하는 현대통화이론(MMT)까지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비상한 정도를 방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확대를 하더라도 현재 저성장인 데다, 재난 시기에는 인플레이션(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이후의 재정 정책이다. 경기가 정상화됐을 때를 대비한 금리 인상과 증세 등의 흑자지향 통화‧재정 정책을 조금씩 그려야 할 필요는 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 대비 1.5% 인상되는 데 그쳤다.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도 관심사인데, 비슷한 수준의 소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나.
"유효수요 창출을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다. 다만 비상한 시기인 만큼 노사 모두 양보하면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어려운 기업에 정부가 직접 돈을 주는 대신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삼았다. 우리도 그런 포인트에 착안해 영세기업과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자금을 투입하되 고용유지를 최우선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