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금융시장 진단] ②'채권·금' 부상...'버블 우려' 美증시 대체할 투자처 어디?

2021-01-04 17:53
"최악의 줄도산 위협 지나갔다"...'고위험 고수익' 회사 채권 베팅 늘어
'수익률까지 높아진 안전자산 금'...작년 20% 폭등에도 상승 여력 남아

2020년 한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버블(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는 글로벌 증시를 대체할 투자처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주목을 받지 못했던 회사채 등 채권 시장과 안전자산인 금 투자에 대한 전망이 밝아진 상황이다.
 

비눗방울.[사진=AP·연합뉴스]

증시 버블 리스크에 대체 투자 솔솔...'고위험 고수익' 채권 베팅 늘어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나란히 채권 강세장을 분석하는 보도를 냈다. 최근 전문 투자자들 사이에서 버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증시 대신 채권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한해 채권시장은 큰 이목을 끌지 못했다. 주식보다 수익률이 떨어진 한편, 위험성은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업이 도산할 경우 해당 기업이 발행한 회사 채권은 '종잇조각'에 불과해지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셧다운(도시 봉쇄)과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자 기업들의 도산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이날 마이클 매킨지 FT 선임투자평론가는 "채권 강세장에 대한 시장의 '사망 선고'가 시기상조 일 수 있다"면서 "지난 35년 동안 무수히 비슷한 전망이 이어졌지만, 이번에도 채권 시장은 살아남을 공산이 크다"고 점쳤다.

특히, 매킨지 평론가는 장기 채권에 주목했다. 작년 코로나19 경제 충격 여파와 대응으로 각국의 정부부채가 증가하면서 각국이 단기 금리를 '제로(0) 금리' 이하로 계속 낮추고 있는 상황이 장기 채권 수익률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FT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컨센서스를 인용해 펀드 매니저의 76%가 단기 이자율보다 장기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는 해당 조사 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매킨지 평론가는 급격한 경제 회복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황이 장기 금리에 따른 채권 수익률을 깎아 먹을 수도 있지만, 투자 영역을 일본이나 유로존(유로화를 통용하는 19개 유럽연합 회원국) 등 글로벌 시장까지 넓힌다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PGIM 채권의 로버트 티프 수석 채권 전략가는 "금리 시장은 글로벌 시장이며, (채권에 있어) 미국은 중앙이 아닌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면서 "전 세계가 저금리 흐름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의 국채 수익률은 이미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WSJ는 "고위험을 감수하려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채권 옥석 가리기'가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2020년 이미 높은 수준의 랠리(상승)를 겪은 뉴욕증시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에서다.

야누스 헨더슨의 존 커슈너 미국 구조화 상품 헤드는 WSJ에서 "지금은 펀드 투자에 있어서 가격이 저렴하다고 여겨지는 채권을 눈여겨볼 이상적인 시기"라고 평가했다. 최근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연내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물꼬를 틀 경우 회사채인 자산유동화증권(ABS)이 예상치 못한 '급등세'를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ABS의 일종인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의 경우, 앞서 코로나19 사태 동안 호텔·부동산·쇼핑몰·소매 점포·항공기 등을 담보로 한 상당수의 채권이 투기 등급(싱글 비·B) 이하로 평가되면서 가격은 '달러당 50센트' 미만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제이 황 CIFC 구조화 채권투자 헤드는 WSJ에서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은 이들 채권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의미"라면서 "동일한 신용 등급의 채권과 비교했을 때, 평가절하 폭이 지나치게 큰 데다 극단적인 코로나19 비관론의 실현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설명해 CLO 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풀이했다.

WSJ는 코로나 사태 정상화 이후 여행 수요 증가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업용 부동산을 저당잡아 채권을 발행한 호텔 업종 등을 대상으로 한 ABS 펀드도 살아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래도 안전자산'...수익률 높아진 금도 최적의 투자처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의 투자 전망도 밝은 편이다. 변동성이 크지 않은 안전자산임에도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작년 한해 20%나 폭등하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금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미국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3일 CNBC에서 현재 주식시장과 비트코인에 거대한 거품이 껴있다고 경고하면서 금을 강력한 안전자산으로 추천했다.

로젠버그는 이어 "금은 10년 만에 최고의 해를 맞았으며, 투자 대상 중 가장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에 비해 변동성은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2일 미국 증권사 밀러타박의 매트 메일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일부 걸림돌이 있기는 하지만, 올해 금은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면서 "금값이 온스당 1950달러 선을 돌파할 경우 추가 상승세에 불을 지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901.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2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건 주 그로스 포인트 우즈의 한 상점 창문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폐업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