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독자가 뽑은 10대 뉴스] ⑧영끌·빚투가 불러온 신용대출 급증

2020-12-30 14:03
가계빚 1년 사이 110조 늘어
2030세대 부채 비중, 다른연령층 보다 높아
벼락거지·강제중도금 등 부동산 관련 신조어 늘어

[편집자주]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아주경제신문이 지난 10일부터 2주간 홈페이지를 찾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대한민국 이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가장 많은 관심이 모아졌던 소식을 한 번에 정리해드립니다.

110조원. 최근 1년 사이 늘어난 우리나라 가계대출 금액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생활자금 대출과 영끌(영혼마저 끌어모아) 부동산 거래, 빚투(빚 내서 주식투자) 열풍 등으로 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래픽=김한상]

한국은행이 지난 11월 24일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가계 빚)’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가계 빚 잔액은 1682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9조6000억원(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25조8000억원)보다 약 74% 늘어난 규모다. 

가계 빚은 통상 경제 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지만, 증가 속도가 빠른 것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정부의 각종 대출 규제에도 주택 거래가 활발하고 주식거래 자금 수요도 많다”며 “최근 (가계 빚) 증가 속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 상승률 1위...2030세대가 끌어올린 가계대출
한은이 같은 날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 부채 비중은 큰 편이다. 올해 3분기말 기준 30대 이하 청년층 가계대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8.5% 늘어난 40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연령층의 2019년 3분기 증가율(6.1%)이나 같은 기간 다른 연령층의 증가율(6.5%)과 비교해 높은 수치다.
 

[그래픽=김한상]

한은은 “전·월세 또는 주택매입,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청년층에 대한 비대면 신용대출 확대, 청년층 전·월세자금대출 지원 등의 공급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모바일 뱅킹이나 핀테크(FinTech)를 활용해 빚을 내기 편리해진 시대, 부동산·주식 가격 상승에 '뒤처지면 안된다'는 심리 등이 청년층 영끌과 빚투 열풍으로 이어졌다는 풀이로 볼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전 한국감정원)이 최근 내놓은 주간 아파트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약 8억 9026만원이다. 아파트 전셋값은 78주 연속, 매매가는 28주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모(33)씨는 “올해 금리가 워낙 낮은 편이었다. 대출받은 돈으로 투자(주식 등)해 은행 이자보다 큰 이익을 남긴 지인이 많다”며 "능력만 된다면 (투자를 위해) 가능하면 많은 금액을 대출 받고 싶다"고 말했다.
빚투·영끌·벼락거지... 웃지 못할 신조어
2020년에는 공감가지만 웃기 힘든 투자 관련 신조어가 많이 만들어졌다. 어느덧 익숙해진 빚투와 영끌, 주식이나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무주택자를 뜻하는 '벼락거지', '배배테크'(계약을 파기한 집주인에게 위약금을 두배로 돌려 받는 행동을 비꼰 표현), '강제중도금'(계약 파기를 막기 위해 매수자가 미리 중도금을 건네는 것) 등이다.

부동산 관련 신조어가 유난히 많은데, 전국적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한편, 상실감과 박탈감을 느낀 사람들도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도 있다. 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주택을 짧은 기간에 공급하기 힘들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되지만 아파트 공급을 '빵 굽기'에 빗댄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따랐다. 야당에서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고 말한 프랑스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름을 인용해 '빵투아네트'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