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테마주 투자자를 노리는 주가조작
2020-12-30 00:20
소위 ‘테마주’라는 것이 있다. 새로운 사건이나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 그와 관련된 회사 주식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면서 주가도 그 영향을 받아 변동한다. 심지어는 그러한 테마주에 속하기만 해도 주가가 출렁인다. 그런 테마주 영향에 편승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시도들도 늘어난다. 실제로는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실질은 없이 외양만 만들어서 마치 그 테마주에 속하는 회사들처럼 보이도록 꾸며 주가를 띄우는 것이다.
근래에는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아예 부실한 상장회사를 인수한 뒤 수익성이 좋은 새로운 사업(속칭 ‘펄·Pearl’이라 한다)에 진출하여 곧 막대한 이익을 얻을 것처럼 홍보하고, 주가가 오르면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모으는 방법이다. 이는 허위사실 유포 방법에 의한 주가조작행위로, 모두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행위·부정거래행위 등에 해당하여 형사처벌을 받는 범죄행위이다. 이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과거 사례를 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므로, 필자가 그동안 피해자들을 위해 형사고소·손해배상소송을 하면서 겪은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2007년 기름값이 높던 시기 태양광 테마주 열풍이 불었다. H사는 하드디스크 부품을 만들던 회사로 태양광 사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규사를 폴리실리콘으로 만들 기술도, 설비나 자본도 없었다. 그런데 H사는 우즈베키스탄 내 규사 광산 개발 협약을 맺은 것을 계기로 태양광 제조사업에 진출하였으며, 곧 수조원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처럼 홍보하였다. 그 결과, H사는 태양광 테마주의 대표 격이 되었고, 3000원 선이던 주가는 불과 몇 달 만에 20배가량 폭등했다. 그러나 실체가 알려지면서 주가는 폭락했고 결국 상장폐지됐다.
2015년 화장품, 면세점 등 중국 테마주 열풍이 불었다. C사는 통신장비 제조·판매회사로서 원래 중국이나 화장품·면세점 사업과는 관련이 없었다. 중국 테마주를 이용하여 주가조작을 하려던 자들은 C사를 인수한 뒤, 이 회사가 중국의 3대 석유회사 임직원들에게 생활필수품을 공급하는 ‘석유생활망’이라는 회사와 협약을 체결하였고, 그래서 수십만명에 이르는 임직원들을 상대로 화장품 판매·면세점 사업을 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을 것처럼 홍보하였다. C사 주가는 2015년 10월 1700원에서 4개월 뒤 7020원까지 폭등하였다가 다시 폭락하였다. C사가 석유생활망이라는 회사와 관련 계약을 체결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이 회사는 중국 3대 석유회사와 관련이 없는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였다.
2019년에는 마리화나, 바이오 테마주 열풍이 불었다. B사는 재무상태가 열악하여 상장폐지 위험성이 있는 회사였다. B사를 인수한 H씨 등은 B사가 마리화나 사업, 미병사업 등으로 곧 조 단위의 수익을 얻을 것처럼 언론인터뷰 등을 하였다. 하락하던 B사의 주가는 몇 번의 반등이 있었고, B사는 약 1162억원의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를 하였다. 그러나 B사는 곧 상장폐지되었다. 그래서 B사를 경영하던 H씨 등 4명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지나가면 또 어떤 유형의 테마주 열풍이 투자자들을 유혹할지 모른다. 일반 투자자가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유의는 필요하다. 특히 재무상태가 열악한 회사의 대주주·경영진 교체 후 새로운 사업으로 많은 수익을 낸다고 홍보하는 회사라면 일단 주가조작이 아닌지 의심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