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코로나 속 ‘건보료 날벼락’…복지부는 예상 못했나
2020-12-16 18:08
2000만원 이하 금융·임대소득 건보 포함
ISA만기 연장 않으면 비과세 토해내는 꼴
ISA만기 연장 않으면 비과세 토해내는 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 경제 침체가 심해진 가운데 제2의 세금으로 불리는 건강보험료(건보료) 인상으로 세금 폭탄을 맞았다는 사례가 빗발치고 있다. 단순 민원 제기를 넘어 보건복지부, 정부를 향한 지역가입자들의 성토가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건보료 개편 관련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와 분리과세로 절약한 세금을 건보료로 지출하게 생겼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가입자 건보료 부과 기준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연간 2000만원 이하의 임대소득과 금융소득에 건보료가 처음으로 부과되면서 건보료 부담이 과중되자 지역가입자들의 곡소리가 깊어졌다. 또 ISA 가입자의 대부분이 내년에 만기가 도래해 이들도 건보료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관련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ISA 등 금융상품 소관 부서인 금융위원회와 내년 만기가 됐을 때 금융소득에 미치는 영향 등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SA 가입자의 95%가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데, 5년동안 매해 200만원의 이자소득을 얻는 다고 가정하면 만기 때 5년치 이자 수익 1000만원이 일시에 금융소득으로 정산된다. 앞서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개정한 소득세법에 따라, 그동안 분리과세 되면서 건보료를 매기지 않았던 ‘2000만원 이하 금융·임대소득’에도 건보료가 부과됐다. 예컨대 ISA 가입자들이 만기를 연장하지 않으면 꼼짝없이 금융소득에 건보료를 낼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이미 이달부터는 임대·금융소득이 있는 약 10만4000명이 건보료를 새로 내기 시작하거나 기존보다 건보료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10만여 명에게 건보료 인상에 대한 고시도 없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금융·임대소득에 대해선) 지난해 부과제도개선위원회 때 나온 얘기다. 또 8월 추진안이 있었고, 그때 보도자료를 내보냈다”면서도 “전 국민이 가입하기 때문에 개별로 안내하기 어렵다. 또 (당시) 소득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 국민을 가입대상으로 두고도 제도 변화 등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마저 제공하지 못함을 시인한 꼴이다.
다만 “(혼란이 있을 것을 대비해) 임대등록 유형에 따라 장기는 8년간 80% 세금을 감하고 단기는 4년간 40%, 등록을 안 했어도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경우 1년간 30%를 경감 해주는 조치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유독 올해는 은퇴 생활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급등했는데 정부가 이들의 항의를 매년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는 가입자들의 항의 수준으로 인식했다는 지적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그간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내지 않던 가입자 가운데 약 51만 명이 이번에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했다. 이중 부동산 가격 인상과 공시지가 변동 등 재산 증가로 인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는 사람은 1만7000명(3.3%)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3.3%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소득이 기준 이상으로 발생해 자격을 상실한 경우인데, 뒤집어 말하면 은퇴 후 소득이 없는 가입자 1만7000여 명은 건보료가 단번에 9%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A(남·61)씨는 “11월이 두렵다. 주택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만 더 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건보료도 인상된다”며 “3년 전엔 20만원이 안됐던 건보료가 이제는 30만원 가까이 된다. 연간으로 따지면 60만원 이상을 더 내게 되는 셈인데, 내년엔 그 이상을 낸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악화됐지만 정부는 별도 구제책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시가격은 매년 인상되는데, 재산 가치가 올라간 만큼 건보료가 부과되는 건 당연하다”며 “(소득 없는 은퇴자 등에 대한) 별도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