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또 역대 최다 규모…전문가 "당장 3단계 격상해야"

2020-12-16 18:11
사흘 만에 1000명대 '3단계' 요건 충족
감염경로 불분명 비율↑·이동량 증가세 둔화 등 심각

16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중구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실 이미 (격상 시기가) 지났다고 봅니다. 당장 3단계로 격상해 일단 사회생활을 멈춰야 합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흘 만에 또다시 1000명대를 넘긴 1078명으로 급증했다. 최근 일주일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가 833명이 되면서, 방역 당국이 정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기준이 충족됐다. 이에 감염병 전문가들은 3차 대유행을 막기 위한 수도권 3단계 격상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천 교수는 16일 통화에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대해 “요양원, 교회 등에서 계속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사람 간의 거리를 두지 못하면 지금처럼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거리두기 2.5단계로는 직장 생활, 일상생활을 사실상 다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볼 수 없다”며 “직장 실내 감염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어, 일단 일시적으로 사회생활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이라도 3단계로 빨리 올려서 확진자 폭증을 막아야 한다”며 “국민이 신뢰하게끔 정부가 스스로 정한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국적으로 다발성 집단 발생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국 미비한 상태에서 심각한 상황이 닥쳤고, 의료시스템 붕괴, 중증환자 사망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3단계 격상과 더불어 개인 방역 수칙 실천이 뒷받침돼야 거리두기 격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며 “밀접·밀집·밀폐 이른바 3밀 환경을 피하고, 비말이 뿌려질 수 있는 행위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 교수도 “엄중한 상황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국민께서 각자 집에서 체류하는 행동 요령을 지켜야 한다. 앞으로는 코로나 감염 위험 이외에 다른 질병으로 병원에 방문할 때 의료인력 부족으로 치료를 받지 못할 위험한 상황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민 스스로 집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 이제는 각자도생의 국면”이라고 덧붙였다.

◆사망자 이틀 연속 두 자리·'깜깜이' 확진자 증가

신규 확진자 1000명대 기록·3단계 기준 충족 이외에도 △일일 사망자 이틀 연속 두 자릿수 △감염경로 불분명 확진자 증가 △수도권 이동량 감소세 둔화 등 불안한 신호가 연속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는 12명으로 전날(13명)에 이어 이틀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또한 누적 사망자 612명 중 32명이 이번 주 들어 발생했고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에 사망자가 집중됐다. 이날 연령별 사망자 현황으로 △70~79세 5명 △80세 이상 6명 △40~49세 1명 등이 집계됐다.

이에 대해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들어서 60대 이상의 노령층, 특히 70대 이상의 노령층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다”며 “가장 큰 이유는 요양병원·요양시설에서의 집단적 발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의 면역력이 워낙 떨어진 상태고, 감염되면 초기에는 아무 증상이 없더라도 일주일 정도 경과 후 급격히 증상이 악화돼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들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수도권에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음에도 이동량 감소세가 둔화하는 점도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중수본이 통계청에서 휴대전화 이동량 자료를 제공받아 분석한 결과,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일요일 수도권 이동량은 1236만 9000건이었으나, 지난 주말(6일)에는 1241만9000건으로 오히려 이동량이 증가했다. 이 같은 이동량 증가 추세가 나타날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도 효과가 미미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정부는 수도권 3단계 격상에 대해 관계부처와 관계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검토 중이란 입장이다.

윤 반장은 “거리두기 3단계는 최후의 강력한 조치인 만큼 자영업자의 광범위한 피해를 야기하기에 각 중앙부처와 지자체, 생활방역위원회를 포함한 관계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며 단계 상향에 대해 깊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거리두기 3단계로의 상향은 환자 수뿐 아니라 방역과 의료대응의 여력, 감염재생산지수를 바탕으로 한 향후 유행전망, 위중증환자와 60대 이상 고령환자의 비율, 거리두기의 효과가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합의 등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