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넘길 때" 트럼프 설득하는 바이든...공화당도 '선거 승복' 모색(종합)

2020-12-15 11:41
바이든 선거인단 투표 승리 연설..."민주주의가 압도했다"
공화당, 탈출전략 모색...트럼프는 '헌터 특검' 도입 고심

1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DC의 선거인단 투표가 마무리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 승리를 공식화했다. '306대 232' 대승을 확정지은 바이든 당선자는 곧바로 연설을 통해 선거 불복 행보를 이어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설득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사진=유튜브]

 
"통합하고 치유하자"...트럼프 설득하는 바이든 

이날 저녁 7시30분(우리시간 오전 9시30분) 바이든 당선자는 선거인단 투표 인증 연설에서 "미국의 영혼을 위한 싸움에서 민주주의가 압도했다(democracy prevailed)"면서 "국민들은 투표했고 우리(미국)의 (민주주의) 제도를 믿었다"고 단언했다.

지난달 7일 이미 한 차례 확인했던 자신의 대선 승리를 재차 공식화한 것이다. 보통 선거인단 투표는 형식적인 절차 정도로 취급되지만,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 행보 탓에 '합법적인 당선자 신분'을 굳히기 위한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미국은 '선거인단'이라는 간접투표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에, 정확하게는 11월3일 대선에선 각 주의 선거인을 선출했고 이날 각 주의 선거인단의 투표를 통해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나왔다.

특히, 이날 바이든 당선자는 모든 주의 선거인단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승리 인증 연설문을 미리 언론에 배포하면서 선거 승리를 자신하는 동시에 자신이 합법적으로 진정한 '선거 승자'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실제 이날 선거인단 투표에선 일각에서 우려했던 배신투표(선거인이 주 선거 결과 승리자가 아닌 다른 후보에게 하는 투표) 조차 단 한표도 나오지 않아 바이든의 자신감이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음을 방증했다.

이에 따라 이날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향해 미국 국민들의 투표 결과를 받아들일 것을 완곡하지만 강력하게 설득했다. 이들의 행위가 '비양심적'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사용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모두 활용했다고 비판하면서도, 자신이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여러차례나 반복했다.

바이든은 이번 선거 결과가 "미국 역사상 국민의 의지를 가장 분명하게 증명했다"면서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조차도 국민의 의지를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며 헌법을 수호하는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거의 무결성은 온전하게 남아있으며 이젠 페이지를 넘길 때"라면서 "통합하고 치유하자(To unite. To heal)"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또한 "미국에선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정치인들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라면서 "이제 우리는 전염병이나 권력 남용 조차 오래 전 이 나라에 붙은 '민주주의의 불꽃'을 끌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출처=유튜브/Joe Biden]
 
공화당, 탈출전략 모색...트럼프는 '헌터 특검'으로 '바이든 흠집내기' 고심

이날 선거인단의 공식 투표 결과까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 반면, 공화당 측은 선거 불복 행보에서 탈출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14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더힐은 공화당 상원 지도부가 바이든의 승리를 받아들이고 '선거 분쟁 종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원 공화당 2인자인 존 툰 상원의원(사우스 다코다)는 폴리티코에서 "모두가 앞으로 나아갈 때 (it’s time for everybody to move on)"라면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강하게 이의를 느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오늘 선거인단이 당선자를 결정하면 이를 마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역시 더힐에서 연방대법원에서 선거 결과를 뒤집어야 한다는 트럼프 측의 주장에 대해 "트럼프 캠프는 선거일 이후 59건의 소송에서 패배했다"면서 "사실이 사실이며,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뒤바꿀 법원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 공화당 소속의 한 하원의원은 의회에서 경합주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마지막 뒤집기를 시도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상원 법사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 캐롤라이나)은 "나는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향후 의회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인증 과정에서 공화당이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중 하나로 꼽히는 그레이엄 의원은 법사위원장으로서 내년 1월6일 상원과 하원 합동의회에서 당선자를 공표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이와 관련해 공화당 지도자인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현재까지 아무런 공식적인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말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백악관을 떠나겠다는 말하기도 했던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대한 공식 발언을 내놓진 않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 내 핵심 충복으로 꼽혔던 윌리엄 바 법무장관을 해임하는 강수를 뒀다.

바 장관은 대선 이후 "선거 사기 증거가 없다"며 법무부의 조사 결과를 공식화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차남 헌터에 대한 연방 검찰의 수사 착수 사실을 대선 기간 숨긴 것이 드러나며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는 평가다.

특히,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해당 보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헌터 바이든 특별검사' 지명을 고려 중이지만, 특검 임명권을 가진 바 장관이 이를 거부할 것으로 보이면서 경질을 서둘렀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에 흠집을 내기 위해 헌터 특검을 임명할지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로이터는 선거인단 투표 종료로 "재선 패배를 뒤집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몸부림이 거의 끝났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