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연체율 소폭 상승…대출만기 연장 착시 효과

2020-12-14 12:00

[사진=아주경제DB]

코로나19 장기화에도 국내은행 연체율이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피해 차주를 위한 대출원금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정책이 연장을 거듭하면서 연체율이 낮게 집계되는 '착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10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4%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보다 0.04%포인트 상승한 수준이지만, 전년 같은 달보다는 0.12%포인트나 낮다.

국내은행의 연체율은 2018년 5월 0.62%에서 같은 해 12월에는 0.4%로 내려갔고, 이후 0.4~0.5% 선을 오르내리다 지난해 말 0.36%로 다시 하락했다. 올해 1~5월 0.4% 안팎에 머물던 연체율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0.3%대 초반으로 내려왔으며, 지난 9월 0.3%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부문별로 보면 기업대출 연체율이 0.42%를 기록해 전월 말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중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28%로 전월 말과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으며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45%로 같은 기간 0.06%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23%로 전월 말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16%로 전월 말과 비슷했으며, 주담대를 제외한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0.4%로 같은 기간 0.04%포인트 올랐다.

연체율 상승은 신규연체 발생액이 연체채권 정리 규모를 웃돈 탓이다. 지난 10월 중 신규연체 발생액은 1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3000억원 늘어난 반면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감소했다.

금융권은 정부의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에 따라 연체율이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이 어려워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의 원금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내년 3월 31일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에 대해 최소 6개월 이상 만기 연장과 이자 납부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에 따라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의 연체 수준은 연체율에 반영되지 않는다. 현재 이들의 이자는 납입되지 않지만, 장부상에는 정상적으로 납입되고 있는 것으로 잡힌다. 받지 않고 있는 이자도 ‘정상상환’으로 분류돼 이에 따른 ‘착시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차주들도 대출 기한을 지속 연장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정상여신이지만 실제로는 부실여신에 해당한다”며 “내년 3월 대출 만기 연장 조치가 만료되는 시점부터는 연체율이 급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