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우아함 속 스포츠 DNA 감춘 마세라티 '기블리'

2020-12-04 05:00
묵직한 엔진음, 잠재된 질주 본능을 깨우다
3ℓ V6 트윈 터보엔진 탑재...최고속도 286㎞

마세라티 준대형 세단 '기블리 S Q4 그란루소' [사진=마세라티 제공]

​'이탈리아 디자인의 걸작', '도로 위의 레이싱카', '삼지창 자동차'.

모두 마세라티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1914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마세라티 가문 4명의 형제가 만든 마세라티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각종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스포츠카 역사와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레이싱 트랙 위가 어울리던 마세라티를 일반 도로로 불러와, '럭셔리카의 대중화'를 이끈 모델이 있다면 바로 준대형 세단 '기블리'다.

1967년 첫선을 보인 기블리는 세계적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쿠페로, 당시 절제된 세련미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의 기블리는 과거의 감성을 그대로 내재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이 가미된 세단으로 재탄생했다. 

지난달 22~23일 마세라티의 '입문' 모델로 꼽히는 기블리를 직접 만나봤다. 시승한 차량은 기블리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기블리 S Q4'다. 기블리 S Q4는 그란루소, 그란스포츠 두 가지 트림(등급)으로 나오는데, 그 중 그란루소를 탔다. 

◆마세라티 브랜드 정체성 '삼지창'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공격적인 디자인의 크롬바를 사용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그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삼지창 엠블럼이다. 마치 마세라티 브랜드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듯했다.

측면부는 프레임리스 도어와 근육질 라인이 강조된 후미가 어우러져 독특한 '쿠페룩'을 연출한다. 기블리의 다자인은 마세라티의 고성능 쿠페인 '그란투리스모'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전체 길이는 4975㎜, 축간거리(휠베이스) 3000㎜에 이를 정도로 차체 사이즈는 크고 넓다. 날렵한 모습을 하고 있어 처음에는 다소 작아보였지만, 주차선을 튀어나오는 앞부분을 보니 그 크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프레임리스 도어는 스포츠카를 타는 듯한 느낌을 줬고, 차문을 세게 닫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닫히는 '소프트 도어 클로징 기능'은 고급스러움 더해줬다.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실크 소재로 마감된 차량 내부는 화려하면서도 단정했다. 디스플레이 위 패널 한가운데 위치한 아날로그 시계는 마세라티의 클래식한 감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마세라티 준대형 세단 '기블리 S Q4 그란루소'. [사진=마세라티 제공]

◆제로백 4.7초··· 430마력 강력 퍼포먼스

도로에 오르자 기블리의 매력이 더욱 극대화됐다.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 등을 통해 만들어지는 감각은 스포츠카에 가까웠다. 살짝만 밟아도 속도가 급격하게 올라갔다.

3ℓ V6 트윈 터보엔진이 탑재돼 430마력, 59.2㎏·m의 힘을 발휘하는 덕분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286㎞에서 제한되고,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4.7초다. 페라리 마라넬로 공장에서 마세라티만을 위해 만든 엔진이 탑재됐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엔진을 밟을 때마다 나는 묵직한 엔진 사운드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부드러운 코너링과 예리한 브레이크 성능은 마세라티 특유의 레이싱 DNA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열선시트와 송풍, 열선 스티어링휠, 후면 햇빛 가리개 등 편의사항은 모두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제어가 가능해 편리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2열 공간이다. 긴 전장과 휠베이스를 갖춘 덕분에 1열은 넉넉했지만, 2열은 다소 비좁았다. 165㎝ 여성이 타자 앞 좌석 의자와 무릎이 닿을 듯 말 듯했다.

기블리 S Q4 그란루소와 그란스포츠는 각각 1억4600만원, 1억4700만원이다. 고가지만, 럭셔리 브랜드가 주는 감성과 뛰어난 성능 여기에 더해 '하차감'(하차 시 주변 사람들의 시선) 등을 고려한다면 선택해볼 만하다.
 

마세라티 준대형 세단 '기블리 S Q4 그란루소'. [사진=마세라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