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팩트체크] "초보운전한테 스포츠카"라는 '이 신발'…얼마나 안 좋길래?

2024-10-21 17:27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여럿이 함께 달리는 '러닝 크루'가 유행인 가운데, 한강 러닝 코스에 부착된 '카본화 상시 단속'이라는 안내문이 화제다.
 
◇카본화란?
카본화(carbon靴)란 신발 쿠션에 얇은 카본 플레이트가 삽입된 러닝화를 뜻한다. 카본 플레이트는 발이 땅에 닿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방출해 반발력을 극대화해 주기 때문에 러너들이 더욱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해준다.

카본화는 정상급 선수들의 기록 수립을 위해 나이키에서 처음 개발했다.

실제로 2019년 케냐의 마라토너 엘리우드 킵초게(Eliud Kipchoge)가 나이키의 카본화를 신고 마라톤 풀코스 1시간 59분 40초의 기록을 최초로 세웠다.

카본화를 신은 킵초게가 인간이 마라톤을 2시간 이내에 완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내면서 카본화의 인기는 급증했다.

 
체픈게티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24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09분56초의 세계 기록을 세우며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런린이'에겐 위험한 카본화?
카본화는 정상급 선수들의 기록 경신을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러닝 초보인 '런린이(달리기+어린이)'한테는 위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카본화는 발을 밀어내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아직 발을 움직이는 것조차 자연스럽지 않은 초보자들의 경우 부상의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본화는 전족부(발 앞쪽)에 많은 에너지를 전달하여 추진력을 높이기 때문에 종아리 근육이나 발목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초보자에게는 큰 무리가 간다.

추진력에 초점을 맞춘 카본화는 착지 충격 흡수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때문에 착지하는 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카본화를 신으면 착지 시 발목, 무릎, 고관절에 큰 부담을 준다.

또 카본화를 신으면 자연스럽게 속도가 빨라지게 되는데, 아직 초보 러너일 경우 자신의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보운전자가 스포츠카 운전하는 꼴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 역시 카본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황 감독은 지난 8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감독님의 카본화에 대한 소신발언! '대한민국에 킵초게가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서 황 감독은 "이건 (일반인이 아닌) 킵초게 같은 톱클래스 선수들 기록을 위해 만든 신발이에요"라며 "초보 운전자한테 배기량 6000㏄ 스포츠카 몰게 하면 사고 나요, 안 나요?"라고 경고했다.
 
◇'카본화 단속협회', 진짜 있나?
카본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카본화 상시 단속 안내문'이라는 문구가 담긴 사진 한 장이 온라인 러너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안내문에는 "귀하의 건강과 안전한 러닝을 기원합니다. 사단법인 카본화 단속협회에서 주·야간 2교대로 전국 트랙 및 천변 카본화 상시 단속을 시작하고자 하오니 협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러닝 초보가 카본화를 신으면 압수하겠다는 내용의 경고성 글인데, 해당 글은 공식 안내문이 아닌 카본화를 경고하는 인터넷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