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잃은 원격의료] “의사 반발에 주눅든 정부, 과감한 결단해야”
2020-12-02 06:00
정책 소극적 추진 질타한 전문가들
“진료실 밖 이익 환원 방안 마련하길”
“진료실 밖 이익 환원 방안 마련하길”
지지부진한 원격의료 추진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를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이들은 국민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산업만이 아니라 이해당사자인 의료계를 설득하는 등 ‘원격의료’에 대한 과감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주재한 1일 온라인 백브리핑에서는 원력의료를 대하는 현 정부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윤 반장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 이뤄진 전화처방 성과를 설명하며 “(비대면 진료 시스템은) 생활치료센터의 제한적인 진료 상담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경기도 생활치료센터에서 시범적으로 활용하고 이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 무증상·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우선 경기도 용인 생활치료센터에 시범 적용하고 이후 도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혈압과 맥박 등을 스스로 측정해 보여주면 생활치료센터 의료진이 하루에 2~3차례 정기적으로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에서 원격의료가 물꼬를 트기 위해선 정부가 의료계 등 관련 단체에 인센티브를 주며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IT(정보기술) 강국임에도 20년째 원격의료 ‘테스트’ 사업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 한 대형병원장은 “전화처방 등 허용으로 의사단체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섰다. 이 때문에 (원격의료 사업을) 주춤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원격의료 산업이 10년이나 뒤처져 있다.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환자 편의성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정책을 보면 ‘취약지를 원격의료 서비스하겠다’는 식으로만 나온다. 인력, 전달체계 등은 어떻게 구성되고 재정투자는 어떻게 끌어모으는 등 구제척인 내용이 없다. 원격의료를 추진하기 위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페이퍼 플랜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현재도 스마트 워치 등 의료산업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환자의 편익을 고려해 의료기관 간 협진 등 원격의료 전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원격의료가 현실화되면 도서벽지 등 의료 사각지대가 메워진다. 예를 들어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스마트 기기로 혈압 등을 측정할 때 이상 변화가 있을 경우 이를 주치의가 바로 알 수 있어 조치할 수 있다. 원격청진기, 화상대화로 환자를 진료한 의사는 10분 만에 약을 처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환자는 약을 택배로 받을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선 코로나19 사태 확산 속에 우편으로 약을 타는 미국인들은 점점 늘고 있다.
김 교수는 “국토가 넓으면 원격의료의 필요성이 더 크겠지만, 좁다고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코앞에 병원이 있어도 거동이 불편하면 아파도 가지 못한다. 또 사람들이 병이 있고 병의 상태가 바뀌면 의사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도 생기고 어떻게 해야 할지 도움을 받고 싶기도 하다. 거리와 상관없이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다”라고 했다.
의사들의 대표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에 대해선 여전히 반대했다. 다만 불가피한 상황에 대해선 정부와 협상 여지는 열어뒀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전화처방이 올해 100만건 이상 있었는데, 일방적으로 (정부가) 시작했다. 현장의 의견을 듣고 허용할 진료와 처방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어야 했다”며 “불가피한 부분의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의료인이 제외되고 산업 부흥과 고용창출만 고민한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다. 앞으로 의정협의체에서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