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의 정책과 규제가 필요하다
2020-12-02 00:01
노희진 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부와 국회의 주요 역할은 정책과 규제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러한 정책과 규제는 국민의 필요와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당국자들의 철학이 반영되어 설계된다. 정책과 규제는 추구하는 목표가 있다. 그런데 정책과 규제의 효과가 추구하는 목표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중요한 정책이나 규제의 효과가 추구하는 목표와 다르게 나타나면 사회적 비용이 크게 발생하기 때문에, 정책당국자들은 설익은 정책이나 규제를 섣불리 실행부터 하기보다는 그 영향이나 효과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새로운 정책이나 규제의 설계 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을 조율할 필요도 있다. 새로운 정책이나 규제가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이해 관계자들의 협조가 필요하고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이해 관계자의 저항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들은 가급적 보호를 많이 받기를 원할 것이다. 소비자 보호를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 금융회사는 가능한 규제 완화를 원한다. 영업활동을 하기 위한 진입 규제나 업무의 범위, 건전성 규제와 같은 다양한 규제가 존재한다. 영업활동 규제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낮은 규제는 영업활동은 편리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가 잘 안 될 우려가 있다.
규제를 만드는 규제 당국은 가급적 규제를 많이 할 유인이 있다. 규제 미비로 인한 문제 발생 시 책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전세난으로 세입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세입자 보호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최근 부동산 관련법을 제정하고 여러 차례 정책을 발표한 바 있는데, 그 효과는 목표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부동산 정책과 규제에 대한 효과 분석과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 조율에 미비점은 없는 것일까?
부동산 관련 주요 이해 관계자는 임대의 관점에서는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고, 가격 규제의 경우에는 다가구 소유자와 무주택자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세금 정책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세무 당국도 주요 이해 당사자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임대기간을 늘리고 임대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규제를 하면 어떠한 현상이 나타날까?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부담하는 세금이나 금융비용 등을 고려하여 임대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미래의 임대가격 상승 제한 분이나 증가된 세금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려 할 것이다. 규제로 인해 적정한 임대 수익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임대인 역할을 그만두려고 할 것이다. 임대인이 줄어들수록 임차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임차인의 부담을 무겁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게 된다. 기본적으로 다가구 주택자가 임대인이 된다. 다가구 주택자의 부담을 무겁게 하면, 그 부담은 임차인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많다.
부동산정책의 목표가 임차인 보호, 부동산 가격 안정, 세수 증대에 있다면, 정책 목표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임차인 보호와 부동산 가격 안정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현재 다가구 부동산 소유에 대한 중과세 정책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중과된 세금이 부동산 가격이나 임차인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책이나 규제의 개선을 위해서는 현재의 정책과 규제에 대한 필요성 및 적정성 여부의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제적 규제 기준과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하고, 경제 발전과 국민 생활 안정에 대한 규제 당국의 철학에 기반하여 기존 규제의 필요성 및 적정성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최적 정책과 규제의 설계를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경제 환경과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규제나 정책의 효과를 충분히 고민하는 정책당국의 역할이 필요하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효과를 충분하고 세심히 관찰하고 파악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정책 당국의 섬세한 역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