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9 전세대책]“이미 실패한 정책”... 전세대책 나오자마자 LH·SH·업계 난색

2020-11-19 15:06
수요가 필요한 곳에 공급 필요한데 이번에도 미스매칭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19일 발표한 전세대책을 놓고 전세형 주택 공급에 총대를 멘 LH와 SH도 "비용 대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현재 전세난의 원인은 단순히 물량 부족에 있다기보다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충분한 전세가 공급되지 않는 수요·공급 '미스매칭'인데, 정부가 공급하겠다고 밝힌 11만4000가구는 LH, SH가 급하게 끌어모은 공공임대 공실인 데다 주거형으로는 적당하지 않은 상가·오피스·호텔 재활용 방법이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하겠다고 밝힌 LH와 SH가 보유한 3개월 이상 공실 주택은 서울 4900가구, 수도권 1만6000가구 등을 포함한 전국 3만900가구다. 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 강남, 송파, 강동 지역 등에서 확보할 수 있는 공실가구는 강남 198가구, 송파 263가구, 강동 356가구가 전부다. 정부 공급물량에는 한시적으로 소득, 자산 등 입주조건을 없앤다는 방침이지만 경쟁률이 높아지면 조건에 따라 입주자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LH 관계자는 "철거민, 주거위기가구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제외해 놓은 필수공가 물량을 전세형 주택으로 활용하기 위해 끌어모으겠다는 것인데, 물량만 늘리면 된다는 매우 안일한 발상"이라면서 "공실주택은 강남·송파 등 수요자들이 원하는, 즉 전세가 필요한 지역이 아니라 여러 곳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어중간한 것들을 긁어온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수급 불균형이 극심한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전세유형의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주택이 공급되는 지역과 물량, 속도 등 삼박자를 갖추는 게 필요한데 그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도심 내 상가, 오피스, 호텔 등의 공실을 주거용으로 전환하겠다는 대책을 놓고도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SH는 올 초부터 서울시내 호텔을 청년주택으로 용도전환해 공급하고 있는데, 공급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3월 종로구 숭인동에 있던 베키니아 호텔(238실)을 내부공사를 거쳐 신혼부부 전용 2가구, 1인 236가구로 리모델링했는데, 공사 단가를 맞추기 위해 입주 초기 관리비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해 180여 가구가 입주를 포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될 것으로 본다. 서울 시내에 매물로 나온 호텔 및 오피스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투입될 건물 매입비와 리모델링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고비용 저효율' 대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디벨로퍼 관계자는 "호텔이나 오피스는 구조나 통풍이 주거형에 적합하지 않고, 방음이나 내력벽도 약하다"면서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들 대부분은 말만 호텔이지 대부분 고시원 수준의 쪽방인 경우가 많아 3~4인 가구가 머무를 수 있는 주거형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강남, 마포, 중구 등의 지역은 지가가 높기 때문에 평당 1억원 가까이 할 텐데 고작 두 자릿수 공급을 위해 수천억원씩 매입비용을 들이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기존 대책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SH공사 관계자는 "지금 전세난은 물량부족의 문제가 아닌 제도의 문제"라며 "주택공급의 한 축인 민간임대를 꺾어놓고 공공이 이 역할을 100%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전세가 필요한 사람들은 1~2인 가구, 중하계층의 가구가 아니다. 중중 이상, 직장이나 학교 때문에 지역을 옮길 수 있는 3~4인 가구가 대부분"이라며 "지금이라도 임대차보호법,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같은 제도 등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