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도 남남갈등 원해...사안별 공론화 통한 국민 합의가 우선"

2020-11-19 16:08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본지 전화 인터뷰
"미·중 현안, 국민 찬성하는 원칙 도출해야"
習 방한 매달리다 '큰 선물' 내놓을 우려도

나날이 격화하는 미·중 전략적 경쟁을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가 사안별로 국민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주요 2개국(G2)이라고 하더라도 정책 선회를 우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정부의 현 기조는 미·중 경쟁이 점차 심화할수록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우려도 뒤따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민 다수 찬성하는 원칙 도출해야"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1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미·중 갈등을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민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우선 미·중 갈등에서 가장 민감한 현안 두 가지로 대만·홍콩·신장위구르 자치구 등과 중국과의 갈등, 4차 산업혁명시대의 미·중 간 기술 경쟁을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계속해 공론화시키고, 한국에 필요한 가치와 국익이 과연 무엇인지 국민과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내부적으로 합의된 원칙이 없으면 미·중이 압박하는 대로 남남갈등이 생기고 흔들릴 수 있다"며 "국민이 갈라지면 정책을 끌고 나가는 정부가 흔들리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나아가 "더 큰 문제는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 할수록 우리가 모호한 입장을 보일 수 있는 영역이 점점 구조적으로 줄어든다"며 "원칙 없이 마냥 모호한 모습은 그저 민감한 현안을 회피하거나 결정을 미루려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원칙을 가지고 정부가 미·중 갈등 관련 사안에 입장을 표명한다면 그 어떤 외부 압박에도 국내 정치적 부담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2일 상하이에서 열린 '푸둥(浦東) 개발·개방 30주년 축하 대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2050년 무렵까지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는 장기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력을 다해 기술 자립을 위한 '혁신 엔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習 방한 매달리다 '큰 선물' 내놓을 우려도"

김 교수는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가능성에 대해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한국도 그간 시 주석 방한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한·중 간 이런 부분은 이해가 공유된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만 진정되면 시 주석의 연내 방한도 어려울 게 없다는 뜻이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개최된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올해 상반기 내 방한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유행으로 방한 일정을 연내로 늦췄다. 그러나 이후에도 코로나19가 계속해 기승을 부려 시 주석 방한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최근 국내 언론을 통해 한·중 양국이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 중이라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한국 정부가 시 주석의 조속한 방한에만 매달린 나머지 그 대가로 중국에 '큰 선물'을 내놓게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만약 시 주석이 연내에 한국을 찾게 되면 한·중 간 어떤 선물을 교환할지 합의하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면서 "중국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거의 명확하다. 대부분 미·중 전략적 경쟁에서 민감한 현안들"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국은 중국에 시 주석의 조속한 방한, 한한령 해제, 단체관광 허용 등을 원하고 있다면서 "상호 간 맞바꿀 카드로는 너무 무게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중국이 요구하는 카드 하나하나가 미·중 사이, 또 한·미 관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현안들"이라며 "조속한 방한만 추진하다가 무게가 다른 카드를 교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밝혔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사진=국립외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