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전 사자…'비규제지역' 부산 '패닉 바잉'

2020-11-17 14:43
부산 해운대구 10월 거래량 1825건…월평균의 2.5배↑
부산 주담대 잔액 1년 사이 4300억↑…서울은 1조↓

부산 수영구 남천동 협진태양아파트 전경. 1984년 준공해 올해 37년차를 맞은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84㎡ 실거래가는 올해 5월 7억8000만원에서 지난달 10억5000만원으로 5개월 만에 3억원가량 올랐다.[사진=박기람 기자]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집값 잡기에 혈안이 돼 있는 동안 규제를 피한 부산 부동산 시장은 '패닉 바잉'으로 요동치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자 거래량이 2배 가까이 증가했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6대 광역시 중 가장 많이 불어났다.

17일 부동산 정보업체 지인 데이터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의 11월 매매거래량(16일 기준)은 경기 김포에 이어 전국 시·군·구 거래량 2위에 올랐다. 두 곳 모두 비규제지역이다.

해운대구의 이달 거래량은 377건으로 11월 평균 거래량(745건)의 절반 수준이지만, 아직 11월이 보름가량 남았고 실거래가 신고기간이 1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거래량은 1000건을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달 거래량은 1825건으로, 월평균 거래량(740건)의 2.5배 수준이었다.

부산의 이상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월 평균 6182건에 그친 부산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비규제지역이 되자마자 1만1743건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한 달 뒤에는 5000여건이 더 늘어난 1만6419건을 기록했다.

수도권이 규제로 묶인 사이, 부산 아파트 거래량은 서울과 비슷한 수준까지 따라붙었다.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만4038건, 부산은 1만3397건으로 차이는 1만641건이었지만 9월에는 3894건으로 좁혀졌다.

매수자 중에는 서울 부동산 상황을 학습한 부산의 30~40대 젊은 수요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갭투자와 단기 투자가 쉬운 저가·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활발히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비규제지역인 부산의 LTV가 최대 70%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은 9억원 이하분까지는 40%,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20%까지만 대출액을 설정할 수 있다.

14억원의 아파트를 매입한다고 가정하면 부산에서는 9억8000만원을, 서울에서는 4억6000만원을 대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담대 잔액도 서울과 부산은 정반대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A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을 살펴보면 서울은 2019년 10월 17조9888억원에서 올 10월 16조9214억원으로 1년 만에 1조674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부산은 5조377억원에서 5조4830억원으로 4353억원 증가했다.

부산의 과열 현상에 대해 정부는 다시 '규제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에서는 현재 부산 부산진·동래·해운대·연제·남구 등 6곳을 포함해 전국 20여곳에 대해 조정대상지역 규제 심의대상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를 하면 할수록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자'는 심리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10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에 따르면 부산의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45.5로 한 달 만에 24.1포인트 올라 전국에서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주변 지역으로 상승세가 옮아가는 '풍선효과' 탓에 울산(152.7, 20.9p↑), 대구(149.9, 14.7p↑) 등 인근 지역 지수도 크게 올랐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의 가장 큰 차이는 대출 비율인데, 부산이 비규제지역이다 보니 대출을 통한 아파트 매수심리가 강해지고 있다"며 "선호도가 높은 해운대구와 재개발·재건축 지역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를 마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